登岳陽樓(등악양루) 악양루에 올라
- 杜甫(두보) -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옛적에 동정호를 내 들었다만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오늘에서야 악양루에 올랐네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쪽과 남쪽으로 갈라져 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물에 떠 있네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친척과 벗들 소식 한 자 없고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 늙고 병든 몸 외로운 배에 실었네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관산 북쪽은 오랑캐의 말 날뛰고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어 눈물만 흘리네
* 이 시는 대종(代宗) 대력(大歷) 3년(768년) 두보나이 57세 때의 작품이다.
두보 만년에 일정한 거처가 없이 장강을 따라 표류하며 강릉, 공안(公安)을 거쳐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늦은 겨울 악양에 표박하게 된다.
이때에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악양루에 오르게 된 것이다.
악양루는 바로 앞에 웅대한 경관이 펼쳐지는 동정호를 바라다 볼 수 있어서
예부터 많은 문인들이 일부러 찾았던 곳이다.
*이 시는 오언율시인데 전반부 4句는 景의 묘사요 후반부 4句는 情의 묘사이다.
경과 정의 대비가 이 시의 주축이다.
수련은 자신의 개인적 상황이다.
함련은 동정호의 묘사이다.
경련은 자신의 개인적 근황의 묘사이다.
미련은 국가의 상황이 주제이다.
* 이 시의 3, 4구의 묘사는 대단한 명작으로 칭송받는 구이다.
탁(坼)자와 부(浮)자는 景中情의 상징적 묘사이기도 하다.
탁 가리고 열리는 것은 어찌 물 뿐이랴.
풍파를 겪은 노시인의 인생 역경도 그러하지 않으냐!
여러분의 인생도 순간순간 탁 가르고 자기만의 수를 놓아 가고 있잖은가!
두둥실 떠 있는게 어찌 해와 달 뿐이랴.
구름을 잡으려고 꿈꿔왔지만 결국은 정처 없이 떠돌기만 한 것이 인생 아니던가!
* 두보는 자신의 신세라는 작은 의경으로부터
다시 국가의 운명이라는 커다란 의경으로 확대하여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우주를 품는 강물처럼...
경과 정을 원과 근으로 조율하는 탁월한 재능의 창작방법으로 예술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 坼 : 터지다. 갈라지다. 열다
乾坤 : 하늘과 땅. 해와 달
戎馬 : 병마와 난리. 전쟁. 군사(軍事)
關山北 : 관산의 북쪽. 중원의 북방지역을 지칭함
涕泗 : 눈물 콧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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