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양쯔강 유람선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15. 6. 4. 19:36

본문

[만물상] 양쯔강 유람선

 

여름에 창강(長江) 크루즈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충칭(重慶)을 출발해 싼샤(三峽)댐이 선 이창(宜昌)까지 2박3일 물길 따라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침실과 고급 식당을 갖춘 유람선에서 맛있는 음식과 강 양쪽 멋진 풍경을 편히 즐겼다. 좀이 쑤실 무렵이면 장비 묘나 적벽 같은 삼국지 현장에 멈추곤 했다. 한두 시간 역사 탐방도 하고 걸을 수 있는 기회였다. 여행이 끝났을 때 몸무게가 몇 kg 불어 있었다.

▶중국의 젖줄 창강을 우리는 흔히 양쯔강(揚子江)이라고 부른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6397Km흘러 황해로 들기까지 유역 4억 인구를 먹여 살린다. 예부터 운하를 통해 황허(黃河)로 이어져 물자·문화의 통로가 됐다. 청두부터 충칭·우한·난징 거쳐 상하이까지 숱한 도시가 양쯔강 덕분에 성장했다. 중국 GDP 40%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양쯔강 물길은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로 수도권에 모자라는 물도 공급한다.



	[만물상] 양쯔강 유람선
▶양쯔강은 한번 화나면 걷잡을 수 없었다. 쓰촨(四川) 산악지대를 헤쳐나온 물길이 후베이와 후난 평원에서 제방을 무너뜨리고 도시를 삼켰다. 1931년 대홍수 때 우한(武漢)은 100일 물에 잠겼고 15만이 목숨을 잃었다. 54년엔 장시(江西)를 비롯한 다섯 성(省)에서 1888만 이재민이 나왔다. 98년 홍수로 29개 도시에서 3000여명이 죽자 주룽지 총리는 "두부 찌꺼기 제방을 만든 자들을 용서치 않겠다"고 했다.

▶싼샤댐 건설은 '장강의 분노'를 다스리려고 쑨원(孫文)이 제안하고 리펑 총리 때 시작했다. 세계 환경 전문가들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여 일단 장강 중하류 주민의 홍수 걱정을 덜어줬다. 용수 공급이 안정되고 내륙 수운(水運)도 발달해 공업 생산을 북돋웠다. 대형 여객선도 끌어올리는 싼샤댐 갑문은 또 하나 볼거리가 돼 관광산업을 일으켰다. 그러나 저수량이 엄청나 안개·돌풍·폭우가 자주 일어난다.

▶그제 456명을 태운 양쯔강 유람선이 침몰해 400명 넘게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예전에 타봤던 크루즈선보다 크고 일정도 하루 이틀 더 길다. 배는 폭우 속에서 돌풍에 휘말려 1~2분 만에 뒤집혔다고 한다. 자식이 '효도 관광'으로 보내드린 50~80대가 많았다. 중국인이라면 한번 가봐야 할 여정이기 때문이다. 선장과 기관장이 먼저 탈출했다니 더 언짢다. 설계 변경과 객실 증설로 선박 중심이 높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사고 조사와 사후 처리를 '수퍼 파워' 중국은 얼마나 잘해낼지 궁금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