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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낙석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15. 6.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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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낙석


 

엊그제 토요일 설악동은 짙은 운무에 잠긴 채 비가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날씨도 메르스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이 넘쳤다. 어깨에 밧줄을 멘 등반가들도 삼삼오오 오갔다. 셋에 하나꼴로 여자다. 어느 산악인은 "암벽등반도 이젠 남자가 기를 못 편다"고 엄살한다. 암벽·빙벽 타기를 가르치는 코오롱등산학교도 수강생 절반이 여자다. 그만큼 즐기는 이가 늘고 폭도 넓어졌다.

▶비선대 굽어보는 적벽과 장군봉을 사람들이 점점이 매달려 오른다. 불그스레한 적벽은 170m 대부분이 수직을 넘어 앞으로 쏠린 오버행(overhang) 바위다. 앞에 서기만 해도 웅장함과 두려움에 압도된다. 적벽은 요세미티처럼 며칠씩 자면서 오르는 거벽(巨壁) 등반의 최고 훈련지다. 암벽등반의 매력은 몰입과 망각이라고 한다. 힘과 기술을 집중해 찰나의 위험을 하나씩 헤치고 오르며 잡념과 근심을 잊는다.

[만물상] 인수봉 낙석
▶북한산 인수봉은 한국 암벽등반의 모태(母胎)다. 산악인 누구나 인수봉에서 꿈을 키웠다. 인수봉에 처음 오르는 것을 "머리 올린다"고들 한다. 외국인도 "대도시에 저렇게 잘생기고 당당한 바위가 있다니 큰 축복"이라고 부러워한다. 200m 암벽에 여든 개 넘는 코스가 열려 있다. 세계적 산악인이자 산악용품 사업가 이본 취나드는 젊어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1963년 인수봉에 올랐다. 한국 등반가 선우중옥과 함께 동면(東面)에 두 코스를 개척했다. 취나드 A와 B다.

▶취나드B는 등반 선(線)이 자연스럽고 아기자기하다. 풍광 빼어나고 난도(難度)도 알맞아 좋아하는 코스 1위에 꼽힌다. 두 시간 남짓한 길이지만 항상 사람이 몰려 더 걸린다. 지난 토요일 취나드B 하단 10여m 위에 있던 5t 바위가 무너지면서 아래서 차례를 기다리던 산악회원들을 덮쳤다. 쉰여섯 살 여자 회원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 낙석은 가로 2m, 세로 1.3m 크기로 암벽에 납작하게 붙어 있던 '덧장 바위'다.

▶바위 틈 작은 쐐기 돌 하나만 건드려도 일어나는 게 낙석이다. 산악인들은 일곱 명쯤이 '덧장 바위'와 근처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본다. 바위를 붙들고 있던 흙이 가뭄에 마른 탓도 있다고 봤다. 인수봉은 사고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불명예도 안고 있다. 1971년과 83년 강풍·추위에 일곱 명씩 숨진 것을 비롯해 해마다 희생자가 나온다. 가장 흔한 것이 낙석 사고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등산가 오이겐 기도 람머는 "낙석 같은 외적 위험도 등반의 일부"라고 했다. 늘 자연을 경외(敬畏)하며 대비하고 조심하라는 얘기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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