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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4. 1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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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마종기 -

 

 


(아내는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며루치를
하나씩 집어내 버렸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볼썽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

뜨겁게 끓던 그 어려운 시대에도

며루치는 곳곳에서 온몸을 던졌다.
(
며루치는 비명을 쳤겠지. 뜨겁다고
,
숨차다고, 아프다고, 어둡다고, 떼거리로

잡혀 생으로 말려서 온몸이 여위고
비틀어진 며루치떼의 비명을 들으면.)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서

이제는 쓸려 나간 며루치를 기억하자.
(
남해의 연한 물살, 싱싱하게 헤엄치던

은빛 비늘의 젊은 며루치떼를 생각하자.
드디어 그 긴 겨울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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