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치 2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4. 11. 12:42

본문

김치 2

 

               - 오세영 -

 

 

김치이고 싶다.

하얀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 나라 산천 구석구석

김치 없는 밥상이 어디 있으랴.

 

모든 입맛을 포용할 줄 알아 그렇다.

짜고 매운 놈, 싱겁고 맹한 놈,

역한 놈,

어느 하나 구별 없이 한데 거두는

그 사랑

 

참고 기다일 줄 알아 그렇다.

너무 조급해서도 안 된다.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홀로 독 안에서

자신을 극기할 수 있는

그 예지

 

남을 위해 자신을 공양할 줄 알아서 그렇다.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에 상하고 마늘에

풀죽어

고스란히 자신의 육신을 바칠 수 있는 그 헌신

 

김장하는 아내의 손에

파아란 배추 한 통 들려 있다

올 겨울

우리의 가슴들을 먹여 살릴

그 순한 목숨들

 

고기는 없어도,

김치 없이는 한 술 밥을 뜨지 못하는

이 나라 이런 백성의 마음인들 또

어디로 가겠느냐

 

김치이고 싶다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 사발을 들어 올릴 때  (0) 2015.04.11
만찬  (0) 2015.04.11
친구 3 : 김치  (0) 2015.04.11
꿈의 귀향  (0) 2015.04.11
엄마  (0) 2015.04.1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