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2
- 오세영 -
김치이고 싶다.
하얀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 나라 산천 구석구석
김치 없는 밥상이 어디 있으랴.
모든 입맛을 포용할 줄 알아 그렇다.
짜고 매운 놈, 싱겁고 맹한 놈,
역한 놈,
어느 하나 구별 없이 한데 거두는
그 사랑
참고 기다일 줄 알아 그렇다.
너무 조급해서도 안 된다.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홀로 독 안에서
자신을 극기할 수 있는
그 예지
남을 위해 자신을 공양할 줄 알아서 그렇다.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에 상하고 마늘에
풀죽어
고스란히 자신의 육신을 바칠 수 있는 그 헌신
김장하는 아내의 손에
파아란 배추 한 통 들려 있다
올 겨울
우리의 가슴들을 먹여 살릴
그 순한 목숨들
고기는 없어도,
김치 없이는 한 술 밥을 뜨지 못하는
이 나라 이런 백성의 마음인들 또
어디로 가겠느냐
김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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