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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 사발을 들어 올릴 때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4. 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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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 사발을 들어 올릴 때

 

                             - 고정희 -

 

 

하루 일 끝마치고

황혼 속에 마주앉은 일일노동자

그대 앞에 막 나온 국수 한사발

그 김 모락 모락 말아올릴 때

남도 해지는 마을

저녁연기 하늘에 드높이 올리듯

두 손으로 국수사발 들어올릴 때

 

무량하여라

청빈한 밥그릇의 고요함이여

단순한 순명의 너그러움이여

탁배기 한잔에 어스름이 살을 풀고

목메인 달빛이 문 앞에 드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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