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마타리꽃 냄새, 칡꽃 향기
요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언덕 여기저기에서 황금색으로 흔들리는 꽃들을 볼 수 있다. 마타리 무리다. 여름 끝자락에 피기 시작해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꽃은 물론 꽃대도 황금색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시선을 끄는 데다 한번 보면 잊기 어렵다. 마타리는 줄기 끝에 꽃들이 모여 피는데, 아래쪽일수록 꽃송이가 길고 위쪽일수록 짧아 꽃들이 거의 평면으로 피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그래서 꽃 모양이 우산 중에서도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 모양(산방꽃차례)이다.
마타리는 소설가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도 나오는 꽃이다.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다.
문제는 마타리에서 그리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여름휴가 때 국립수목원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타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같이 간 일행이 "아휴, 독해"를 반복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경기도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도 마타리를 심어 놓았다. 이곳에는 소나기마을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의 정체를 알려주는 작은 안내문이 있다. 꽃이 필 무렵 마타리 뿌리에서 나는 냄새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 냄새는 간장 냄새 같기도 하고 인분 냄새 같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간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타리를 '패장(敗醬)'이라고 부른다.
이 꽃이 왜 마타리라는 이국적인 이름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외래어가 아닌 순우리말로, 줄기가 길어 '말(馬)다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 하도 냄새가 지독해 맛에 탈이 나게 하는 '맛탈이'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꽃은 마타리만이 아니다. 요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노루오줌, 계요등(鷄尿藤)은 각각 뿌리와 꽃에서 노루와 닭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타리가 냄새는 좋지 않지만 꽃이 예쁘듯이, 노루오줌도 연분홍색 꽃이 아주 근사하다. 노루 오줌 냄새가 어떤지 여러 번 코를 킁킁거려 보았다. 그다지 고약한 냄새는 아니고 약간 역한 냄새가 섞인 신선한 냄새였다. 계요등도 흰색 바탕에 자줏빛이 도는 꽃이 정말 예쁘다. 봄에 자주색 꽃이 둥글게 뭉쳐 피는 쥐오줌풀도 어떤 냄새가 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6월쯤 피는 밤꽃 냄새는 좀 민망하다. 효모 냄새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릿한 것이 정액 냄새 같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의 한 간부가 내부 방송에서 '밤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여성이 낭송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자 일부 여직원이 성적 수치심을 준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밤꽃 냄새를 '양향(陽香)'이라 불렀고, 밤꽃이 필 때면 부녀자들이 외출을 삼갔다고 한다.
올여름도 100일간 붉게 피어날 꽃 (0) | 2015.03.24 |
---|---|
여름꽃 대표 주자, 나리꽃이 피네 (0) | 2015.03.24 |
蘭草(난초), 가장 청초하지만 가장 음흉한 식물 (0) | 2015.03.24 |
노란 들국화, 山菊의 물결 (0) | 2015.03.24 |
변산바람꽃 아씨가 오셨네 (0) | 2015.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