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노란 들국화, 山菊의 물결
지난 주말 인왕산 기슭 청운공원에 들어서자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가득했다. 언덕마다 핀 노란 꽃송이들에서 나는 향기였다. 꽃송이가 요즘 나오는 10원짜리 동전만 한 것이 산국이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올 때 산국 향기는 더욱 짙어져 '물컥물컥'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김유정 소설 '봄봄'에 나오는 '밭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라는 표현 그대로다. 산국 꽃송이 사이로 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것은 전형적인 가을 풍경 중 하나다.
산국은 꽃과 잎이 원예종 노란 국화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꽃송이가 국화보다 좀 작고, 색도 더 선명해 황금빛에 가깝다. 향기도 더 진하다. 지금 청계천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것도 대부분 산국이고, 서울 남현동 미당 서정주의 집,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북한산 구기동 코스 입구, 남한산성 성벽에 핀 산국들도 기억에 남는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도심에는 이런저런 색깔로 개량한 국화들이 심어져 있고, 전국 곳곳에서 국화 축제가 한창이다. 국화과 식물은 쌍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로 가운데에 대롱꽃(관상화), 주변부에 혀꽃(설상화)을 가진 형태다.
국화는 오랜 역사를 가진 꽃이며,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다. 품종에 따라 꽃색과 크기, 모양이 아주 다양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화로 실습을 할 정도로 교배가 쉽기 때문에 알려진 품종만 수천 가지에 이른다. 꽃의 크기에 따라 9㎝, 18㎝를 기준으로 소국(小菊), 중국(中菊), 대국(大菊)으로 나누고, 꽃의 형태에 따라 꽃잎이 두꺼운 후물(厚物), 꽃잎이 가는 대롱처럼 생긴 관물(管物), 꽃잎이 넓은 광물(廣物)로 나눈다. 일본 사람들도 국화를 아주 좋아해 국화 품종을 많이 개발했고, 일본 왕실은 국화를 왕실의 상징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화단이나 공원에 있는 국화는 개량을 많이 해서인지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요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들은 그렇지 않다. 들국화는 국화의 할아버지뻘인 식물이다. 야생 들국화들을 교잡해 국화를 만든 것인데, 여러 설이 있으나 산국·감국과 구절초를 교잡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들국화 중 요즘 양지바른 곳이나 산기슭, 언덕, 바위틈 등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이 산국이다. 산국(山菊)은 말 그대로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이다. 늦가을까지 피는데 더러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어 있다. 예로부터 '야생 국화'라 해서 꽃을 따서 술을 담그기도 했고,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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