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 이성부 -
산길에 드러난 나무뿌리들이 등을 보이고 누워 있네
이것들을 자꾸 사람이 밟고 가네
어떤 것은 닳아서 번들거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끊겨져 눈물방울 떨어뜨리네
상처를 감출 수 없는 사람들이 평생 그렇게
감내하며 살다 가는 것을 나도 보았네
이마에 주홍글씨를 문신으로 새긴 채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람이
뭐라고 자꾸 헛소리를 하고 팔 휘저으며 걸어가네
세상에 들켜버린 영혼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
더 질긴 목숨으로 저를 지탱하며 가네
아프다 아프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생을 보겠네
위를 쳐다보니 초록 잎사귀들 가득 매단 채
살아 있네 말도 없이
부끄러움도 없이 흰 구름에게 손짓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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