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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라야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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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라야

 

                        - 이성부 -

 

 

산은 사람의 허물을 가려준다

아니다 사람의 영예까지 가려주므로 공평하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도 두루 편안하게 집을 가진다

나도 한없이 고요하고 너그러워진다

높게 올라갈수록 그만큼 나는 더 낮아져서

날뛰는 것들을 지그시 바라보거나

아무것도 아닌 나를 거듭 돌아보는 버릇에 잠긴다

산속에서라야 우리는 저마다 나를 숨긴다

결코 하늘에게도 들키는 법이 없다

은밀하면서도 넓게 트인 새로운 세상을

사뿐히 밟으며 내 긴 기쁨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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