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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은 모두 먼데서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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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은 모두 먼데서

 

 

                             - 이성부 -

 

 

 

 

오늘은 기다리는 것들 모두

황사가 되어

우리 야윈 하늘 노랗게 물들이고

더 길어진 내 모가지,

깊이 패인 가슴을

씨름꾼 두 다리로 와서 쓰러뜨리네.

 

그리운 것들은 바다 건너 모두 먼데서

알몸으로 나부끼다가

다 찢어져 뭉개진 다음에야

쓸모없는 먼지투성이로 와서

오늘은 나를

재채기 눈물 콧물 나게 하네.

 

해일이 되어 올라오면 아름다울까.

다 부숴놓고 도로 내려가는 것을.

다치지 않은 살결들

깨끗한 손들만이 남아서

다시 일으켜 세우면 아름다울까.

기진맥진 누워버린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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