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뜨기재 -- 이성부
내가 걷는 백두대간 12
지리산에 뜨는 달은
풀과 나무와 길을 비추는 것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을 비춘다
초가을 별들도 더욱 가까워서
하늘이 온통 시퍼런 거을이다
이 달빛이 묻은 마음들은
한줄로 띄엄띄엄 산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귀신들도 오늘은 떠돌며 소리치는 것을 멈추어
그림자 사이로 고개 숙이며 간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보고도 말 걸지 않는
고개에 솟는 달 잠깐 쳐다봤을 뿐
풀섶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밝음과 그림자가 함께 흔들릴 때마다
잃어버린 사랑이나 슬픔 노여움 따위가
새로 밀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달뜨기재: 지리산 동쪽 옹석봉과 연결된 산줄기의 고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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