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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기재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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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기재 -- 이성부


내가 걷는 백두대간 12



지리산에 뜨는 달은

풀과 나무와 길을 비추는 것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을 비춘다

초가을 별들도 더욱 가까워서

하늘이 온통 시퍼런 거을이다

이 달빛이 묻은 마음들은

한줄로 띄엄띄엄 산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귀신들도 오늘은 떠돌며 소리치는 것을 멈추어

그림자 사이로 고개 숙이며 간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보고도 말 걸지 않는

고개에 솟는 달 잠깐 쳐다봤을 뿐

풀섶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밝음과 그림자가 함께 흔들릴 때마다

잃어버린 사랑이나 슬픔 노여움 따위가

새로 밀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달뜨기재: 지리산 동쪽 옹석봉과 연결된 산줄기의 고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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