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돌이 불길을 다독거렸다
-내가 걷는 백두대간 61
.........................................이성부
우리나라 산골짜기 절간치고
저 숱한 난리에 불타지 않은 절 있을까마는
피아골 들머리 연곡사는 특히 많은 불벼락을 맞았다
절 앞으로 지금은 자동차들 무심하게 달려가 버리지만
옛 사람들은 구례나 화개 섬진강에서부터 걸어
이 절에서 밥 지어 먹고 다리품도 쉬었다고 한다
깊은 산속으로 쫓겨 들어가는 사람들과
산속에 숨어 있다가 허기져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스스로 창검을 들었던 스님들과
싸우던 한말 의명들과 왜놈들과
빨치산들과 토벌 군경과
이 절은 오랫동안 한데 섞여 시달리느라
본디 가야 할 제 길을 여러 차례 멈추어 서서
어디 먼 곳으로만 자꾸 눈길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절이 불에 타고 지어지고 다시 불타고 지어지고 해서
지금 보니 더 튼튼해진 다리로 제 길을 가고 있다
아마도 화염 속에서도 버티어냈을
저 아름다운 돌부도와 돌거북의 기세가
세속의 불을 다독거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