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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타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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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타기

 

                         - 이 성 부 -

 

 

움직이지 않는 것은 소리가 없다.

소리가 없으므로

무겁고 깊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리가 없으므로 우리 귀를 맑게 씻어준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무겁고 깊은 것은 반듯이 소리를 낸다.

큰 바위 가슴팍에 매달려서

귀기울이거라.

한숨 돌려 땀 닦고

퍼런 하늘 서럽게 쳐다보고

고요히 그 살결에 머리를 묻어라.

그리고 들어라.

움직이지 않는 것에 소리가 있다.

무겁고 깊은 것에 소리가 있다.

소리 없는 소리, 소리를 죽이는 소리.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소리.

큰 바위 가슴 벅차게 울리는 그 소리.

나를 밀어올리고

나를 솟구치게 하는 그 소리.

꽃잎처럼 떨어져간 그대들 소리.

소리가 없으므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이 평화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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