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 이 성 부 -
모든 산길은 조금씩 위를 향해 흘러간다
올라갈수록 무게를 더하면서 느리게 흘러간다
그 사람이 잠 못 이루던 소외의 몸부림 속으로
그 사람의 생애가 파인 주름살 속으로
자꾸 제 몸을 비틀면서 흘러간다
칠부능선쯤에서는 다른 길을 보태 하나가 되고
하나로 흐르다가는 또다른 길을 보태 오르다가
된비알을 만나 저도 숨이 가쁘다
사는 일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일 아니라
지름길 따로 있어 나를 혼자 웃게 하는 일 아니라
그저 이렇게 돌거나 휘거나 되풀이하며
위로 흐르는 것임을 길이 가르친다
이것이 굽이마다 나를 돌아보며 가는 나의 알맞은 발걸음이다
그 사람의 무거운 그늘이
죽음을 결행하듯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보면서
산길은 볕을 받아 환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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