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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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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 이 성 부 -

 

 

 

모든 산길은 조금씩 위를 향해 흘러간다

올라갈수록 무게를 더하면서 느리게 흘러간다

그 사람이 잠 못 이루던 소외의 몸부림 속으로

그 사람의 생애가 파인 주름살 속으로

자꾸 제 몸을 비틀면서 흘러간다

칠부능선쯤에서는 다른 길을 보태 하나가 되고

하나로 흐르다가는 또다른 길을 보태 오르다가

된비을 만나 저도 숨이 가쁘다

사는 일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일 아니라

지름길 따로 있어 나를 혼자 웃게 하는 일 아니라

그저 이렇게 돌거나 휘거나 되풀이하며

위로 흐르는 것임을 길이 가르친다

이것이 굽이마다 나를 돌아보며 가는 나의 알맞은 발걸음이다

그 사람의 무거운 그늘이

죽음을 결행하듯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보면서

산길은 볕을 받아 환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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