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극락세계를 한번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루는 신학문을 배웠다는 젊은이가 만암스님을 찾아와 물었다.
"제가 만난 스님들은 말씀예요. 걸핏하면 극락세계, 극락세계 하시던데 말씀예요.
도대체 극락세계라는 게 있는 것이옵니까요?"
"그야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있는 것이요,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없겠지요."
만암스님은 예의 넉넉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만암스님의 말이 미심쩍게 여겨졌는지
젊은이가 재차 물었다.
"그럼, 스님께서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물론, 있다고 믿고 있소이다."
"그러면 저에게 한번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요?"
젊은이가 손바닥을 펴 보이며 되물었다. 자기 손바닥 위에 당장이라도 극락세계를
내놓지 않으면 스님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이것 보시오 젊은이, 지금 저 뻐꾸기 소리를 듣고 있소이까?"
"예, 듣고 있습니다."
"그럼 저 뻐꾸기 소리를 있다고 믿소이까, 없다고 믿소이까?"
"그야 분명히 있습지요."
"허면 저 뻐꾸기 소리를 나한테 보여줄 수 있겠소이까?"
젊은이는 만암스님의 물음에 다소 당황한 듯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그야 보여 줄 수는 없습니다만...."
"허면, 그대는 마음이라는 것을 있다고 믿소이까, 없다고 믿소이가?"
"그, 그야 마음이야 있습지요."
"허면, 어디 그 마음을 내 앞에 한번 내보여줄 수 있겠소이까?"
젊은이는 할말을 잃은 듯 의기양양하게 내밀었던 두 손을 슬그머니 다리 밑으로 가져갔다.
"이것 보시게, 젊은이. 그대는 대체 어디로 갈 것인고?"
"예? 예, 서울로 갈 것입니다."
"서울 간 뒤에는 또 어디로 갈 것인가?"
"거기서 살 것입니다."
"다 산 뒤에는 어디로 갈 것인고?"
"그,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허허! 산길을 내려가면서 그것을 잘 알아보게."
- 윤청광의 <고승열전 16 만암큰스님.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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