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즉시불(心卽是佛)
하루는 만공스님이 견성암에 내려오셔서 뜰앞을 거닐고 계셨는데
일엽이 가까이 다가와 스님을 불렀다.
"저, 스님"
"왜?"
"스님께서는 늘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무엇이 궁금하단 말인고?"
"예, 육신은 껍데기라 하고 마음을 주인이라 한다면
대체 그 마음을 어찌해야 제대로 닦는 것이 되겠사옵니까?"
"어찌해야 마음을 제대로 닦느냐?"
"예, 스님."
"그럼 소달구지는 달구지 저 혼자 굴러가더냐?"
"소달구지요? 그거야 소가 끌어야 굴러갑니다. 스님."
"달구지는 사람의 육신에 비유할 수 있고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는 마음이라 할 것이니라."
일엽이 다시 여쭈었다.
"하오면, 스님. 그 소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씀이 아니시옵니까?"
"소는 저 가고 싶은 대로 달구지를 끌고 가고, 멈추고 싶으면 달구지를 멈추고게 한다.
어디 그것뿐이겠느냐. 소가 키쳐 날뛰면 달구지는 채소밭에 굴러서 농사를 망치고,
마당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이럴 때 달구지에 잘못이 있느냐,
소에게 잘못이 있느냐?"
"그야.... 물론 소에게 잘못이 있겠습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도 그와 같느니라. 마음이 미쳐 날뛰면 욕설을 하고 미워하고
칼을 휘두르고 도둑질을 하고 사음을 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데,
그게 다 육신의 죄이겠느냐, 마음의 죄이겠느냐?"
"그야 물론 마음의 죄이겠습니다. 스님."
"달리는 달구지를 멈추게 하려면 달구지를 때려야 하겠느냐, 소고삐를 잡아당겨야 하겠느냐?"
"예, 그건 소고삐를 잡아당겨야 하옵니다."
"육신으로 하여금 나쁜 업을 짓지 않게 하려면 육신을 다스려야 하겠는냐,
아니면 마음을 다스려야 하겠느냐?"
"예, 스님. 그건 마음을 다스려야 하옵니다."
"마음이란 간사스럽기 그지없어서 하루에도 열 두 번, 아니 골백 번도 더 바뀌고 변하는 것.
그 간사스런 마음을 다스리자면 어찌해야 하겠는고?"
"고요하고 깨끗하게 해야 할 것이옵니다."
"마음을 고요하고 맑게 하자면 버리하고 이르셨느니라. 쾌락에 대한 집착, 재물에 대한 집착,
명예에 대한 집착, 애정에 대한 집착.... 이 모든 집착을 버려야 하느니라.
그리고 그 도를 깨닫겠다는 그 집착마저도 버려야 할 것이니라."
- 윤청광의 <고승열전14 만공큰스님, 사랑하는 사람 못 만나 괴롭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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