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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위해 떠나라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12. 11. 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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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위해 떠나라

TREKKING

시간을 소비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살아왔다’는 감격보다 ‘살아냈다’는 씁쓸함이 느껴지는 기분을 떨치고 인생의 후반전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여태껏 세상이 요구하는 삶을 수동적으로 살아왔다면 인생의 중반을 지나는 지금부터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야하지 않겠는가. 지금이 바로 당신이 떠나 볼 차례이다. 분주한 일상의 삶을 잠시 벗어나 길을 걷는 데 몰두하다보면 자기 안에서 변화를 위한 공간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떠나라 그리고 내면의 외침에 귀기울여 보라.

©정진홍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것없어지고, 아침에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심리학자 칼 융은 말했다. 10대나 20대 때 세운 계획이나 마음가짐으로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그 사이에 바뀌고, 자신의 삶의 이유와 목적이 바뀌고, 세상이 가만히 멈추어 서서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인생의 오전과 오후를 가르는 시기인 40대는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때이다. 인생을 살면서 혁명이 필요한 시기이자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왔으니 이제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축구에서도 전반전과 후반전의 전략이 달라야 이길 수 있듯 인생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전반전은 총력전이었다면 후반전은 유연한 사고의 기술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반기와 후반기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그에 따라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 스스로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감지하고,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떠나기 전 자문하라

◆내 인생의 최우선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바쁜 일상을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소망을 언제 처음 깨달았는가?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염동우(C.영상미디어)

기억하라. 인생은 무조건 빨리 가야 하는 경주가 아니며, 무조건 수익을 남겨야 하는 비즈니스도 아니다. 인생은 여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여정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만나야 한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용감해야 한다. 복잡한 세상과 작별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거나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고, 속도를 늦추고 한 템포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감미로운 공상들이 나의 동행이 되어주고 있었다. 내 뜨거운 상상력이 내게 이처럼 멋진 공상들을 안겨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며 이렇게 뿌듯하게 존재하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때 혼자 걸어가면서 했던 생각들과 존재들 속에서만큼 나 자신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며 장 자크 루소는 걷기에 대해 예찬했다.

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무인(無人)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간다.

꽃도 피어 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 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 가도 무인지경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빨리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 천상병 시인의 ‘길’

©정진홍

사람들은 때때로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걷기는 사물들의 본래 의미와 가치를 새로이 일깨워주는 인식의 한 방식이며 세상의 제 맛을 찾아 즐기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걷기 여행을 떠날 때에는 일정이 너무 촉박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 좋다. 최단 시간 내에 주파하고자 서두를 필요도 없으며 자신에게 알맞은 속도로 천천히 걷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

보행자에게 왜 고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고해야 할 의무 같은 것은 없는 자유인이다. 그야말로 기회와 가능성의 인간이요 흘러가는 시간의 예술, 길을 따라가며 수많은 발견을 축적하는 변화무쌍한 상황의 나그네다. 이러한 걷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여야 한다. 순례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한 것에서 한동안 떨어져 지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걷기 여행을 통해 삶의 속도를 늦추어 자기 성찰이라는 내면의 연금술을 부려보는 것은 어떨까.


콘텐트 크리에이터 정진홍… 내려놓아야 들어올릴 수 있다

인문학적 깊이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대한민국 리더들을 감동시키는 정진홍. 일간지 논설위원, 여러 권의 인문학 서적을 쓴 저자, TV 방송 진행자로 삶을 종횡무진 누비던 그가 어느 날 일상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지난 4월, 배낭을 꾸려 산티아고로 향했다. 47일간의 도보 여행을 통해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10년 전이었다. “직(職)으로 삶을 마감할래 아니면 업(業)으로 삶을 다시 살래?”라고 자문한 뒤 안정적인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은. 그리고 10년 후 어느날, 그의 마음속에서 또 다시 본능이 그를 일깨웠다.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성공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삶이었지만, 정신과 마음에 비계가 낀 채 안락한 소파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기분을 털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산티아고 도보 순례길로 향했다.

이경호(C.영상미디어)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스크린에 ‘현재 항속 900km/hʼ 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나는 왜 한 달 넘게 걸어가려는 걸까. 내가 산티아고 가는 길 900여km를 걸은 것은 다름아닌 ‘마음 검진’이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챙기고 매년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도 마음 검진을 받을 생각은 안한다. 앞으로의 10년, 그 이상의 미래를 나아가려면 당시 나에겐 마음 검진이 필요했다.”

떠나기 전 우리나라에도 좋은 길이 많은데 굳이 해외로 가야 하느냐, 산티아고는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왔는데 왜 하필 그곳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는 말도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고 싶었다. 여차하면 집으로 쉽게 되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치열하게 분투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자기 인생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걸으면서 그동안은 피해왔던 일들을 생각하고, 떠올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 걷고, 먹고, 자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그 자체의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산티아고 한 번 걸었다고 사람이 바뀌겠나. 물론 그렇지 않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는 건 자기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길게는 1년 전, 아니면 몇 개월 전부터 체력을 단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육체적으로 준비해서 가는 길이 아니다. 무작정 걷기 전에 삶을 정면으로 직면하는 게 필요하다. 살아온 게 달랐기 때문에 같은 길을 걸어도 얻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길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01 손수레를 끌고 순례길에 올랐던 동갑내기 프랑스인 세르주의 손수레에 달려있던 경적. 바퀴 축이 부러져 길가에 버려진 손수레가 마치 중년 남성의 자화상 같아 보여 수레의 일부인 경적을 떼어서 가져왔다. 02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증서와 무사 완주를 기원하는 마음의 조개껍데기. 03 걷기 여행 내내 글을 썼던 탭. 마지막 날 떨어뜨려 액정이 모두 망가졌다. 04 산티아고로 가는 동안 일기 쓰듯 기록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낸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문학동네). 05 47일 간의 대장정으로 뒤축이 모두 망가진 트레킹화는 도보 여행의 상징물이다. /이경호(C.영상미디어)

그는 산티아고에 가는 동안 고독과 극한으로 스스로를 내몰았다. 새벽에 숙소를 나서서 길을 걷다가 오후에 숙소에 가서 쉬고, 다음날 새벽 다시 길을 나서는 정형화된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방향을 안내하는 노란 화살표만 믿고 헤드램프로 앞길을 비추며 야간 산행을 감행했고, 눈보라치는 피레네 산에서 추위에 떨며 동트는 새벽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는 의도하거나 계획했던 것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였다. ‘산티아고로 간다ʼ는 것 외에는 정해놓은 바가 없었기에 그때그때 마음이 내키는 대로 따랐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할 때의 감동은 배가 되었다.

“페르돈 고개에서 동이 트는 것을 기다릴 때에는 마치 땅속으로 꺼져버릴 듯 추웠다. 온 몸이 얼어붙고 핏속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에 떨며 ‘이 밤에 내가 미쳤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곳에서 점점 날이 밝아지는 새벽을 맞는 순간,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자기를 가장 옥죄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나 역시 그랬다. 지난 시간 동안 스스로를 몰아세우듯 살아왔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지만, 한편 그런 자신에게 연민이 느껴지며 울컥 눈물이 났다.”

그가 글로도 썼듯 살면서 웃는 것 못지않게 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게다가 남자의 경우에는 더욱이 울 곳을 못 찾아 자기 안의 눈물을 감추고 있지만, 때로 그것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 이번 걷기 여행에서 그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 동안 내면에 쌓여있던 ‘숙변같은 눈물’이었단다. 얼마나 후련했을까.

도보 여행은 이처럼 자신의 바닥까지 모두 드러내 보이는 시간을 가지는 데에 의미가 있다. 따라서 그는 여럿이 함께 가기 보다는 혼자 걷는 것을 권한다. 혼자여서 외롭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기 자신을, 자신의 삶을 더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고. 이렇게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정직하게 걸어내면(중간에 택시 타지 않고) 대단한 철학자가 아닌 그 누구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예외 없이 누구나 늙는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담담한 늙음은 때로 젊음보다 멋지다. 그 담담하게 늙어가는 것이 곧 삶 아니겠는가. 멋지게 나이든다는 건 결국 자기다워지는 것, 그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내 삶의 마음 밭을 깊이 팠다. 씨앗을 뿌리려면 밭을 갈아엎어야 하듯 인생의 밭고랑을 갈아엎은 것이 바로 이 길이다. 900km라는 길을 걸은 것은 인생이 싫어서도 아니고, 극기 훈련 삼아 간 것도 아니고, 도전하기 위해 간 것도 아니다. 뭔가 다시하고 싶어서 걸은 거다. 같은 글을 쓰더라도 이전에 비해 더 새롭게,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번 걷기 여행으로 그는 새로이 삶을 리셋(Reset)했다. 그러나 언젠가 그의 삶에 다시 비계가 끼고, 삶이 안락한 소파처럼 되면 주저없이 또 떠날 것이다.


도보 여행가 김효선이 추천하는 걸어볼 만한 길 5

세계적으로 도보여행을 이끄는 주역이 바로 시니어다.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여행대신 그들의 호흡대로 천천히 구부러진 산길 들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빠름 빠름 빠름’을 외치며 속도전으로 치닫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몸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추구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은퇴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들을 위주로, 무엇보다 안전하고 그리고 인문의 역사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소개한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김효선

스페인 북부 동쪽 피레네 산맥아래 국경마을 론세바예스에서 서쪽으로 800km거리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로 이르는 길을 말한다. 그곳에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 9세기에 로마교황청이 성지길로 선포 한, 1200년의 역사가 깊은 기독교성지 순례길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길로 지정되었고,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곳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를 넘어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의 자치구 4곳을 지난다. 나바라 라리오하 지역은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는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길이 펼쳐지고, 카스티야레온 지방의 길고 바람 많은 고원지대를 지나면 험한 갈리시아 준령을 넘는 고통의 길을 걷게 되지만 경외심을 불러 일을 킬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이 외에 산티아고 가는 또 다른 길인 비아 델라 플라타는 스페인 남쪽 세비야에서 출발 북쪽으로 메리다 살라망카 사모라 오렌세등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들을 따라 산티아고 콤포스델라로 가는 1000km의 길이다. 카미노 포르투게스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출발 파티마 꼬임브라 포르투스페인과 국경을 이루는 미뇨강을 넘어 산티아고 콤포델라로 이르는 600km의 길이다.

한 마디 |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코스이다. 완주기간은 35~40일 정도.


스웨덴 쿵스레덴

©김효선

북유럽 스웨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아비스코에서 출발, 라플란드를 지나 남쪽 헤마반으로 이어진 430km의 야생지대를 걸어가는 길이다. 유럽의 마지막 야생지대로 불리며 소수민족인 사미와 순록들을 만날 수 있는 대자연 속의 트레일 코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자연 유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늪지대에는 자작나무로, 강과 시냇물은 철제다리로, 호수는 보트로 길을 이어놓았다. 텐트를 가지고 갈 수도 있으나 구간마다 통나무집과 대피소가 있으며 가끔 자작나무를 태워 사우나를 즐기는 시설도 있다. 북유럽의 혹독한 추위로 이 길을 걷는 기간은 짧다. 이르면 5월에서 늦으면 10월까지이다.

한 마디 | 여행편의 시설 괜찮다. 길은 완만하여 유럽에서 온 50~70대가 많이 걷는다. 통신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도 많다. 4구간으로 나눠져 있어서, 보통 구간별로 여행을 한다. 한 번에 완주하려면 26일 정도 소요된다.


전주의 아름다운 순례길

©(사)순례문화연구원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전동성당을 지나고 완주 송광사,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 성지, 병인박해 때 순교한 10인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 익산의 미륵사지, 김제의 금산사를 둘러보며 만경강과 김제의 너른 들판을 따라 걷기도 하는 240km, 9박 10일간의 코스이다. 2009년 10월 전라북도의 유교,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민족종교가 모여 소통을 위해 함께 만들어 가는 길로 선포를 하며 출발한 길이다. 2010년 문화재청이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의 길로 지정했다. 종교를 떠나 걷기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걸으며 전북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 | 숙박시설은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온천, 황토나 숯 찜질방을 이용해도 좋을 듯하며 시외버스를 타고 2박3일씩 다녀와도 좋다. 완주는 9박10일.


미국 존 뮤어 트레일

©이겸

탐험가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시에라클럽의 창시자인 존 뮤어의 이름이 붙여진 트레일 코스이다.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계곡에서 휘트니산까지 계곡과 호수 그리고 해발 3000~4000 미터의 고산지대 시에라네바다지역을 오르내리며 358km 거리를 하루 평균 16~19km 걸어 약 20일이 소요되는 대장정이다. 시에라클럽에 의해 1938년 완성된 길이고 1984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길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보호를 위해 1년에 600명만 갈 수 있으며 신청자는 구간별 날짜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짐을 꾸려 가야하니 전 구간을 20여일에 걸쳐 가야한다면 식량을 나눠 구간별 통과지역으로 보내 공급을 받아야 한다.

한 마디 | 도보여행 최상급으로 철저한 훈련과 준비가 되어야 갈 수 있다. 완주 기간은 20일 정도.


시코쿠 88사찰 순례길

©김효선

일본의 큰 섬 4곳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 그곳 88개의 불교사찰을 따라 걷는 순례길이다. 시코쿠는 4개의 현으로 되어있으며 제주도의 10배 크기이다. 1번이 시작되는 발심의 도장 도쿠시마(옛 아와국), 24번이 시작되는 수행의 도장 고치현(옛 도사국), 40번이 시작되는 보리의 도장 에히메현(옛 이요국), 마지막 88번 사찰이 있는 열반의 도장 가가와현(옛 사누키국)이다. 일본의 불교는 백제와 신라로부터 전해져 시코쿠에 흩어진 여러 절들을 9세기 코우보대사가 정비하고 새로 개원하며 88개를 선정, 영지로 정하며 시작되었다. 순례자들은 흰옷에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짚으며 순례를 한다. 시코쿠의 주민들이 집 앞을 지나는 순례자에게 오세타이로 차나 과일, 떡, 우동 등을 접대하는 따뜻한 풍습이 있다.

한 마디 | 완주기간 45일 이상(1국을 일주일씩 나누어 해도 좋다).


배낭 안, 무엇을 챙겨야 하나

배낭은 가능한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짐을 메고 걸어다니면 무릎과 발이 그 충격을 흡수하게 되므로 필요 이상을 가져갈 경우 가장 먼저 부상을 입기 쉬운 부위도 무릎과 발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 땀을 쉽게 닦아내거나 배출시킬 수 있는 것, 세탁이 쉽고 빨리 마르는 것 위주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기본으로 도보여행의 필수 아이템을 꼽아본다.

양말 | 걸어다니는 와중에도 종종 양말을 갈아 신고 발을 마사지해줄 수 있도록 여러 켤레를 챙기는 것이 좋다.

워킹슈즈 | 발목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통기가 잘 되며, 가벼운 것이어야 한다. 겨울철에 여행할 경우에는 방수 기능이 있는 것을 고르도록.

샌들 | 부츠를 말리고 통풍시키는 동안 신을 샌들이나 가벼운 신발을 구비해라.

플리스 | 가벼운 플리스 소재의 의류는 아주 유용하다. 한겨울에 여행할 계획이라면 영하의
기온에서 버틸 수 있도록 보온성이 좋은 의류와 침낭을 갖춰야 한다 특히 지대가 높은 곳에서는 눈이 오고 얼음이 얼 수 있음을 주지할 것.

방수 기능 |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방수 및 방풍 재킷과 바지를 준비하라. 몸 전체와 배낭까지 덮을 수 있는 비닐 우의도 유용한 아이템.

수면용 매트 | 편안히 누워 별을 구경하는 자유룰 만끽하고 싶다면 아주 유용하다. 특히 성수기에는 수면용 매트가 더 절실한데, 수면용 매트만 있다면 어디서든 침실이 될 수 있다.

물통 | 배낭에 넣고 빼기 힘든 1리터 물통 하나보다 1/2리터 물통 두 개를 가져가는 것이 편리하다. 도보 여행에서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최소 2리터의 물을 마실 경우 오랜 도보 여행에 따르는 피로와 물집, 기타 여러 증상을 현저히 줄이고 탈수도 예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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