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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曾島(증도)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11. 7. 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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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曾島(증도)

 

 

김종호/논설위원

이탈리아의 몇몇 도시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을 출범시킨 것은 1999년이다.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를 로고로 삼아 조급해하지 않는 삶을 통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 또한 이루어 따뜻하고 감동이 있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세계화+지방화=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역시 지향점이었다.

아시아 지역 최초의 슬로시티는 전남 신안군이 품은 섬 1004개 중의 하나인 증도(曾島)다. 해안선 길이 43.9㎞인 아름다운 섬으로 2007년 12월1일 지정됐다. 고려시대에 침몰한 중국 무역선에 실려 있던 송·원(宋元)대의 도자기를 비롯해 14세기경의 유물 2만3000여점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 간에 걸쳐 앞바다에서 인양된 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단일 염전으로 매년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6%인 1만6000t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의 광활한 정경, 폭 100m·길이 4㎞에 이르는 백사장 너머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무인도 90여개가 점점이 떠 있는 우전해수욕장의 풍광 등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 및 습지보호지역이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해마다 100여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든다.

우전해수욕장 일원에서는 2006년 이래 매년 ‘섬 갯벌’ 축제도 열린다. 신안섬갯벌축제주민추진위원회가 마련하는 것으로 제6회인 올해는 29일부터 31일까지다. 깨끗하고 빼어난 풍광의 바다와 해변에서 펼쳐지는 염전·갯벌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중에 올해 처음 선보이는 ‘깜깜한 밤, 별을 헤다’ 행사는 슬로시티의 특성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음력 그믐이어서 달빛이 비치지 않을 30일 밤 일정한 시간 동안 섬 전체의 전깃불을 모두 끈다. 참가자들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 해변 등을 천천히 걷거나 편안한 자세로 앉아 밤하늘을 감상한다. 각종 불빛까지 공해로 여겨질 만큼 분잡한 현실을 한때나마 벗어나 보자는 취지다. 많은 사람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아시아의 슬로시티 1호인 증도가 ‘깜깜한 밤, 별을 헤다’ 행사 등을 더 특화·확대해 다른 지역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동을 체험할 수 있는 섬으로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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