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야기
장자가 밤나무 밭 울타리 안을 거닐다가
문득 남쪽에서 이상한 새 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저건 대체 무슨 새일까?
날개는 큰데 잘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 잘 보지를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활을 쥐고 그 새를 쏘려고 겨냥을 하는데
그의 시야에 제 몸을 잊은 듯 울고 있는 매미 한 마리가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그 곁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으려고 정신이 팔려 제 몸을 잊고 있었다.
이상한 새는 그 사마귀를 노리면서
거기에 정신이 팔려 제 몸을 잊고 있었다.
일련의 광경을 목격한 장자는 놀라면서 활을 놓았다.
"아! 모든 사물이란 본래 서로 해(害)를 끼치고
이(利)와 해(害)는 서로를 불러들이는 것이구나."
그리고 서 있는 장자를 본 밤나무지기는
장자가 밤을 훔치는 도둑인 줄 알고 욕설을 하며 꾸짖었다.
집에 돌아온 장자는 석 달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장자를 지켜보던 제자 인저가 물었다.
"스승님께선 요즈음 많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나는 외물(外物)에 사로잡혀 내 몸을 잊고 있다가 모욕을 당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하도 묘해서 거기서 헤어나올 수가 없어.
생사(生死)와 존망(存亡)을 다 잊고 싶네."
"하늘의 마음을 지니고 만물에 순응하시는 스승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아직도 도(道)가 없고 덕이 온전하지 못해서 그런게지."
- 남화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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