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山책로 60리’… 서울 한복판 ‘서대문 알프스’
안산 ~ 백련산 ‘5산 동그라미 종주’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 2010-09-03 14:19 |
‘서대문 알프스’를 아시나요? 요즘 산꾼들 사이에는 연계산행이 유행이다. 길게는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종주하는 이들도 있지만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비롯, 가까운 근교산을 연계해 ‘빡세게’ 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요즘 뜨는 코스가 서울시내의 ‘5산 동그라미 종주’다. 안산-인왕산-북악산-북한산-백련산을 잇는 코스가 그것으로 산꾼들 사이에선 ‘서대문 알프스’라는 기발한 이름으로 불린다. 산들이 서대문구와 종로구에 걸쳐 있어 이렇게 부른다. 또 5산 환종주(環縱走)라고도 한다. 5산 환종주가 가능해진 것은 북악산이 개방되면서부터다. 북악산은 조선시대부터 경복궁의 뒷산이었고 청와대가 자리 잡은 뒤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왔다. 특히 1968년 1월21일 북한의 남파공작대인 ‘김신조 일당’이 북악산까지 도달해 전투를 벌인 소위 ‘1·21사태’ 이후 42년간 출입이 통제됐다. 사실상 올 2월에 ‘김신조 루트’가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북악산과 북한산 형제봉을 잇는 보행육교인 하늘교가 생기면서 5산 환종주가 가능해졌다. 이 코스는 ‘김신조 루트’를 걸어 보는 재미가 있다. 태풍 곤파스가 올라오기 전날인 8월31일 5산 환종주에 도전했다. ◆안산(鞍山·296m) 안산의 안(鞍)자는 ‘안장 안’자다. 산의 능선이 마치 소나 말에 얹는 안장(길마)과 비슷하다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예전엔 ‘무악’이라고도 불렸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은 도심 속에 있어 접근하기도 좋지만 편안한 산책로가 그만인 산이다. 무악재를 사이에 둔 채 인왕산과 마주 보고 있는 안산은 정상 부근이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는 바위를 타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암장도 있다. 안산은 조선시대에 궁궐을 지키는 요충지 중 하나였다. 정상에는 무악동 봉수대가 있다. 전망이 좋고 수맥이 풍부해 약수터가 27개나 되고 등산로가 많다. 서대문구에 사는 주민들에게 안산은 ‘안방’과도 같이 편하게 자주 찾는 산이다. 그런데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떼 지어 자전거를 끌고 올라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등산로를 망가뜨린다. 주변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에 산악자전거를 허가해 놓은 것 자체가 문제다. ◆인왕산(仁王山·340m) 인왕산은 근래 산성과 인왕산로의 산책길이 정비돼 보기에 좋아졌으나 국사당 쪽 길과 고개의 철망문이 폐쇄돼 들입목이 상당히 제한됐다. 제대로 인왕산의 암괴를 보면서 타려면 옥인아파트 쪽에서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안산에서 인왕산에 갈 때 한참을 돌아야 한다. 그보다는 안산에서 안산초교 쪽으로 내려와 육교를 건너 청구아파트 옆으로 오르는 코스가 안산-인왕산을 연계할 때 편한 길이다. 단지 인왕산의 뒤편으로 오르는 셈이어서 코스가 가파르고 그다지 볼품이 없다. 인왕산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했을 때 우백호(右白虎)의 위치에서 왕조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산이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어 높이에 비해 웅장한 맛이 있다. 인왕산에서 서울시내의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하산은 자하문터널 위의 창의문 쪽으로 한다. ◆북악산(北岳山·342m) 창의문 옆에 북악산 안내소가 있다. 북악산을 등반하려면 신분증을 지참하고 간단한 출입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에는 입장을 할 수 없으며 오전 9시(동절기에는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입산이 가능하다. 창의문은 조선시대 4소문 중의 하나다. 자하문으로 더 잘 알려졌고 북문으로도 불렸다. 예전엔 경기도 양주 등 북쪽으로 통행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문을 거쳐 왕래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성곽을 따라 계단이 놓여져 있지만 아주 가파르다. 쉬엄쉬엄 오르자면 30분은 걸린다. 정상에는 또 다른 이름인 백악산(白岳山)이라 적힌 표지석이 있다. 북악산은 40년 넘게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돼 식생이 잘 보존돼 있다. 정상인 북악마루에서 숙정문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1·21사태 소나무’라는 안내판이 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수령이 200년이나 된 이 소나무에는 15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어 당시 ‘김신조 일당’과의 치열했던 전투를 말해 준다. 바로 청와대 ‘목덜미’까지 공비들이 침투한 셈이다. 숙정문은 4대문 중 가장 북쪽에 있는 문으로 ‘북대문’으로 부르기도 했다. ‘김신조 루트’를 타려면 숙정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숙정문에서 팔각정으로 올라 형제봉을 탈 수도 있지만 좀 힘이 들더라도 ‘김신조 루트’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640m 정도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네 차례나 돼 꽤 힘이 든다. ‘김신조 루트’의 끝부분에 호경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도 많은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당시 가장 격렬하게 전투를 벌인 지역이다. 호경암에서 하늘교라는 예쁜 이름의 다리를 향하면 형제봉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늘교는 북악산과 북한산을 잇는 폭 5m, 길이 26m의 보행육교로 이 다리로 인해 두 산이 연결됐다. 여래사(如來寺) 일주문 옆에 형제봉 오름길로 향하는 들입목이 있다. ◆북한산 형제봉(462m) 형제봉오름길은 지난 5월 개통됐다. 이전에는 북악산에서 북한산으로 가려면 국민대까지 우회하거나 등산로가 개설되지 않은 구간을 이용해야 하는 위험이 따랐지만 이젠 잘 정비된 2.4㎞의 형제봉오름길을 이용할 수 있다. 형제봉은 크고 작은 두 봉우리가 마치 사이 좋은 형제처럼 서 있다. 5산 환종주가 힘에 부친다면 형제봉에서 평창동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끝까지 종주를 하려면 대성문-대남문-비봉-향로봉까지 길게 타야 한다. 향로봉에서 탕춘대능선을 거쳐 하산해 백련산으로 향한다. ◆백련산(白蓮山·215m) 인왕산, 안산과 이웃해 은평구 응암동과 서대문구 홍은동에 걸쳐 있는 백련산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산이다. 산기슭에는 747년(경덕왕 6년)에 진표(眞表)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백련사(白蓮寺)가 있다. 사찰에는 수령 500년의 해동목이 있다. 5산 환종주는 길이만 25㎞에 달하고 빠르게 탄다 해도 10시간이 넘는 코스다. 부담을 줄이려면 인왕-북악-형제봉 정도에서 그쳐도 좋을 듯하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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