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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6.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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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다

 

                                    - 황규관(1968~ ) -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는다

네 식구가 열일곱평 낡은 아파트에서

뒹굴며 사는 일이 이렇다

내가 출근을 하러 나간 문으로

학교 끝난 딸아이가 들어오고

아내가 머리감고 나온 화장실로

아들놈이 바지춤을 부여 잡고 뛰어들어간다.

들어오고 나가고 먹고 싸는 일

그치지 않는 이 단순한 형식이 결코 가볍지 않아진 건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는

작은 집에 살고 나서부터다

해가 뜨고 지는 일이나

태어나서 죽는 일도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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