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다
- 황규관(1968~ ) -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는다
네 식구가 열일곱평 낡은 아파트에서
뒹굴며 사는 일이 이렇다
내가 출근을 하러 나간 문으로
학교 끝난 딸아이가 들어오고
아내가 머리감고 나온 화장실로
아들놈이 바지춤을 부여 잡고 뛰어들어간다.
들어오고 나가고 먹고 싸는 일
그치지 않는 이 단순한 형식이 결코 가볍지 않아진 건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는
작은 집에 살고 나서부터다
해가 뜨고 지는 일이나
태어나서 죽는 일도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다 …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