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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는 것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6. 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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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는 것

 

                               - 고운기 (1961 ~ ) -



오래 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 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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