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1945 ~ ) -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
가을은 붉게 스러지고 하얀 겨울은 아직 오지 않은 11월.
산과 들 텅텅 비어가는 상실의 계절, 회색으로 낀 달이 11월인 줄 알았는데.
자연과 세월의 숨결이 자신들이라 믿는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네요.
나 홀로 떨궈 놓고 제 혼자 가던 시간,
저만치 우두커니 서 뒤돌아보며 빛났던 순간 순간들 호명(呼名)하는 11월.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