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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로(朝鮮大路) 걷기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09. 10. 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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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조선대로(朝鮮大路) 걷기

 

 

한국 사람들이 걷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 올레길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 군데에 보행자를 위한 걷는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자의 '보(步)'를 뜯어보면 그칠 '지(止)'와 젊을 '소(少)'로 되어 있다. '그치면 젊어진다'로 해석된다. 걷는다는 것[步]은 그치는 일[止]이요, 젊어지는[少] 운동이다. 자동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이제 속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징조이다. 삶의 속도에 지친 것이다. 멈출 줄 알아야만 자신의 삶을 음미할 수 있지 않겠는가!

조선시대 여행객들이 하루에 걷는 평균 거리는 약 80리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택리지(擇里志)'를 쓰기 위해 전국을 걸어 다녔던 이중환이 하루에 걸었던 거리가 80리이다. 32km이다. 조선시대의 관동대로(關東大路), 삼남대로(三南大路), 영남대로(嶺南大路)를 모두 걸어본 '신삿갓' 신정일(55)씨에 의하면 요즘 사람들은 하루에 25~30km 거리가 적당하다고 한다.

관동대로는 서울의 동대문을 출발하여 양평~원주~횡성~평창을 거쳐 대관령을 넘는다. 노새를 타기도 했던 이중환은 대관령까지 6일이 걸렸다고 나온다. 하루 종일 대관령을 넘으면 강릉이 나오고 삼척-울진, 평해에 도달한다. 관동대로는 보통 14일 코스라고 한다.

영남대로는 서울 남대문을 출발한다. 한강진 나루(한남대교 부근)를 건너 양재~판교~용인~수안보~문경새재를 넘어 상주의 낙동나루에 도달한다. 낙동나루는 부산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700리를 오면 도달하는 지점이다(부산에서 여기까지는 배로 올 수 있지만, 여기에서 짐을 하역하여 등짐이나 노새를 이용하여 문경새재를 넘어 충주 목계나루에서 다시 배에다 싣고 서울로 갔다고 한다). 낙동나루에서 구미의 해평~칠곡 다부원~대구 팔조령~청도~밀양~삼랑진~양산 물금~동래 읍성까지이다. 영남대로도 보통 보름 정도 걸린다.

삼남대로는 남대문~동작진~남태령~과천~지지대고개~수원~오산~천안~차령고개~공주~논산~황화정~여산~삼례~정읍~갈재~장성~나주 영산포~강진~해남 북평면 이진항~제주 조천관~관덕정까지가 종착지이다. 15~20일 일정이다.

사는 것이 허(虛)하고 어수선하여 불면의 밤에 시달리는 한국의 중년 남자들이여! 이 가을에 어느 한 길을 택해서 걸어보면 어떻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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