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히말라야와 에고
히말라야에는 8000m급 봉우리가 14개 있다. 산악인들은 이 8000m급 봉우리 14개에 오르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는다. 히말라야를 정복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투자한다. 돈과 시간, 정력 그리고 목숨까지도 바친다. 한국의 여성 산악인 1명도 14좌 완등을 앞두고 죽었다. 또 한 명의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는 14좌 완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고미영씨 죽음을 목격하면서 히말라야는 과연 목숨을 바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2가지의 히말라야(Himalayas)가 있다. 8000m급의 히말라야가 있고, 인간 내면에 또 하나의 히말라야가 있다. 그것은 불교의 유식(唯識) 철학에서 말하는 제7식(識)이다. 제7식을 '자아의식'이라고 한다. '에고(ego)'가 바로 이것이다. 이 7식을 '말라식(識)'이라고 부른다. '말라(mala)'는 히말라야의 '말라'와 같은 뜻이다.
고대 인도의 수행자들은 인간 내면의 에고의식을 정화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도를 닦는 핵심은 바로 이 에고의식, 즉 7식을 정화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이 7식은 그 높이가 히말라야 산처럼 높다고 여겼다. 그만큼 말라식을 녹이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왜 말라식이 히말라야처럼 높은가? 인간이 수백만년 동안 진화를 해 오면서 쌓인 모든 정보가 이 7식인 말라식에 쌓여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까 수천 생을 되풀이하면서 쌓인 숙생(宿生)의 업장(業障)이 일단 이 에고의식을 형성한다. 이 업장이 시루떡처럼 쌓여 있는데, 그 높이가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봉우리들처럼 높이 쌓여 있다고 여겼다. 8000m급 히말라야는 인간 내면의 업장을 상징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도 도를 닦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명상가들은 내면의 히말라야를 정복하기 위해 자기 인생 전부를 바친다.
양자는 같다. 내면의 히말라야를 오르는 명상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계(戒), 정(定), 혜(慧)이다. 먼저 계율을 지키면 기도와 명상이 된다. 기도와 명상이 되어야만 참된 지혜와 판단력이 생긴다. 산악인 고미영씨는 히말라야에서 죽는 그 순간에 도를 깨치고 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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