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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좌와 여성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09. 9.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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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14좌와 여성

산에 오르기 전날 밤 그는 등산 장비를 점검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거대한 자연 앞에 한 인간이 맞닥뜨리게 되는 근원적인 고독과 두려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최초로 모두 오른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얘기다.

14좌는 ‘세계의 지붕’이자 ‘만년설의 집’으로 불리는 히말라야에서 8000m이상 솟은 고봉들이다.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로체, 안나푸르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 봉우리들은 높기만 한 게 아니라 코스가 험하기로도 유명해 1986년 메스너 이후 현재까지 단 14명의 남성에게만 완등을 허락했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메스너가 “등산의 참 기술은 살아 남는 것”이라는 말까지 했을까.

대한민국의 산악인 엄홍길·박영석·한왕용 3인이 14인에 포함된 것이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국가의 명예라고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14좌 완등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상징성 때문이다.

오은선씨와 고미영씨. 아직까지는 남성들에게만 정점(頂點)을 모두 내준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여성 산악인들이다. 43세 오은선씨는 21일 14좌 중 7번째 고봉인 다울라기리 등정에 성공해 14좌 가운데 11좌에 올랐다. 41세 고미영씨는 1일 세계 5위봉인 마칼루에 이어 17일만인 18일 다시 칸첸중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모두 9좌를 정복했다. 이 중 한 사람이 올해,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완등하리라는 예상이다.

두 사람과 경쟁하는 외국 산악인은 단 세 사람. 스페인의 36세 에두르네 파사반과 오스트리아의 39세 겔린데 칼텐브루너가 12좌를 올라 유리한 위치에 있고, 이탈리아의 48세 니베스 메로이는 11좌를 올랐다.

14좌 완등 여성 5파전은 누가 가장 먼저 오르냐에 따라 세계 등반사의 한 획을 긋는다는 큰 의미가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메스너처럼 산악인의 전설로 남으며 국가적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여성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여성 산악인들이 14좌 완등에 무사히 성공해 영국의 전설적 등반가 조지 말러리가 남긴 명언 “산이 거기 있기에 산에 오른다”처럼 “어려움이 있어야 극복도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국민에게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범 /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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