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학벌 명가(名家)
어떤 집안의 자식들이 잘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본다. 사판적(事判的) 측면과 이판적(理判的) 측면이 그것이다. 사판은 합리적 판단을 말하고, 이판은 신비적 판단에 해당한다. 사판적 측면이라 하면 우선 그 집안의 유전자가 어떤가를 살펴보고, 윗대에 얼마나 적선을 한 집안인가를 본다. 적선이 없으면 인물이 안 나온다. 그 다음에는 어떤 교육을 받았나를 보는 것이다.
이판적 측면은 그 집안의 묘터와 집터가 어떤가, 해당 인물의 생년월일시가 어떤가, 태어날 때 태몽이 무엇인가를 짚어보는 것이다. 이판적 측면 가운데 보기 어려운 것이 그 집 조상들의 묘터이다. 조상 묏자리를 중시하는 관습은 오로지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풍습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모든 집안의 족보 앞장에는 산세와 물길의 흐름을 간단한 그림으로 표시한 명당도(明堂圖)가 반드시 첨부되어 있다. 조상의 묏자리가 어떤 명당인지를 후손들에게 전승하기 위해서 특별히 그린 그림이다.
전국 여러 집안의 명당도에 관한 풍부한 자료를 소장한 사람이 풍수 전문가인 김성수(74) 선생이다. 김 선생의 안내로 엊그제 제주도의 고씨 집안 묏자리와 집터를 답사할 수 있었다. 이번에 미국 오바마 정부에 2명의 한국인 고씨(高氏)가 들어갔다. 보건부 차관보로 들어간 고경주(高京柱)와 국무부 법률고문으로 내정된 고홍주(高洪柱) 형제다. 형 고경주씨는 예일대 의대를 나와 하버드 보건대학원 학장을 지냈고, 고홍주씨는 하버드 법대를 나와 예일대 법대학장을 지냈다.
이 집안은 하버드·예일대 등 명문대 출신들이 많다. 두 형제의 아버지인 고광림(高光林)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에서 정치학 박사를 하였다. 고광림은 4남2녀를 두었는데 6남매 모두 하버드·예일대를 나왔고 대부분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남매 가운데 4명이 현재 예일대 교수로 있다.
제주도가 낳은 수재 집안이 분명하다. 증조부가 정9품인 종사랑(從仕郞)을 지냈는데, 그 묘가 애월읍 광령리에 있었다. 같이 간 김 선생 이야기로는 한라산에서 맥이 내려온 회룡고조(回龍顧祖)의 명당이라고 한다. 하버드는 사판이고, 회룡고조는 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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