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한남동 풍수
서울 한남동(漢南洞)은 한국 재벌가의 주택들이 몰려 있는 동네이다. 이번에 중견 건설업체인 부영의 이중근 회장이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을 상대로 조망권 소송을 제기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동네도 한남동이다. 왜 한남동인가? 한강(漢江)과 남산(南山)이 결합된 입지조건이기 때문이다. 배산(背山)의 산은 화기(火氣)요, 임수(臨水)의 물은 수기(水氣)이다. 화기가 약하면 에너지가 약하고, 수기가 부족하면 지구력이 떨어진다. 한남동은 남산과 한강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쌍권총을 찬 셈이다. 성북동도 숲이 우거져서 조건이 좋지만 한강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한남동의 뒷산인 남산은 흙으로 덮인 육산(肉山)이다. 골산(骨山)이 많은 서울에서 부드러운 남산은 살기(殺氣)가 없는 산이다.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대에 자리를 잡은 '승지원'에서 강 건너를 바라보면 관악산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서 보면 관악산의 봉우리들은 삼각형 모양의 문필봉(文筆峰)으로 보인다.
서울의 산세에서 결핍된 부분이 바로 이 문필봉인데, 한남동 일대에서 보면 관악산의 이 문필봉들이 아주 귀하게 보인다. 문필을 다루는 내가 한남동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도 귀한 문필봉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판사판'에 모두 노련했던 이병철 회장이 살아 생전에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에 애착을 두었던 배경에는 한남동이 바로 이러한 격국을 갖추고 있는 탓이다.
이번 조망권 소송의 핵심 부분은 한강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의 문제라고 한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을 상징한다. 풍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물이 보이는가 안 보이는가는 재물이 생기는가 안 생기는가의 문제로 환원된다. 그만큼 풍수에서는 물을 중시한다. 물에서 묘용(妙用)이 생긴다.
물은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하다. 머리를 식혀주는 작용을 한다. 사람은 물을 바라보면 열이 내려간다. 열이 내려가야만 아이디어가 나오고, 중정(中正)의 판단을 할 수 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은 물을 자주 보아야 한다. 미국 대학의 도서관 앞에도 대부분 분수가 설치되어 있다. '지자요수(智者樂水)'는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조망권에서 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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