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知酒知己 百飮不殆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4. 29. 10:03

본문

약술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술은 술, 과하면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한 번 마실 때 어느 정도 마셔야 건강을 해치지 않고 약이 될까요?  귀거래사로 유명한 도연명이 자신의 비유해서 쓴 글인 오류선생전의 한 부분을 읽으면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선생은 어느 곳 출신인지 또 그의 성이나 이름도 잘 알 수 없다. 그의 집 곁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어 그렇게 호를 오류(五柳)로 하였다. 선생의 성품은 한적하고  조용하며 말이 적었으며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책 읽기를 좋아했으나 지나치게 따지거나 착하지 않았으며, 자기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즐거워서 끼니도 잊고 탐독하였다. 타고날 때부터 술을 좋아했으나, 집이 가난하여 언제나 마실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이와 같은 처지를 알고 간혹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 그를 초대하면 가서는 언제나 다 마셔 버리곤 하였다. 기약은 반드시 취하는데 있었다. 취하고 난 후에는 물러나며, 떠나는데 마음 아쉬워하지 않았다.  - 중략-  



도연명 또한 술을 매우 좋아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방 말단 관직마저 성격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나서는 좋아하는 술도 맘껏 마시지 못했던지 친구들이 마련해 놓은 술자리에서야 맘 편히 마셨던 모양인데, 취하게 마셨지만 취기를 느끼면 물러나고 마음에 아쉬워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크게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보통 말하는 기분 좋게 취하는 정도로 마시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오류선생처럼 술을 마시는데 있어서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칠 수 있어야 술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에 제시하는 내용이 이러한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괄호 안의 숫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1단계(0.01 -0.04%) : 상쾌기 또는 약간 취한상태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도 산뜻하면 긴장감이 돌고 원칙도 잊지 않아 부드러운 인간관계가 형성됩니다.

 

2단계(0.05 - 0.1%) : 거나하게 취한 초기 단계
맥박이나 호흡이 약간 빨라지고, 취중진담이 나오는 시기로, 속내를 고백하기 가장 좋은 상태입니다.

3단계(0.1 - 0.15%) : 거나하게 취한 단계
무서운 것이 없고 큰소리를 내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다툼이 일기도 하고, 2차를 가자고 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4단계(0.16 - 0.3%) : 흠뻑 취한 상태
2차나 3차를 마신 상태로, 같은 말을 되풀이해 말하고 제대로 걷지를 못합니다. 이제는 귀가를 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5단계(0.3 -0.4%) : 만취상태
넘어서면 일어서지 못하고 길거리의 기둥을 붙들고 늘어집니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6단계(0.4- 0.5 %) : 혼수상태
마구 토하게 되고, 대소변을 가누지 못합니다. 의식이 사라지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단계로, 이 정도라면 주위에서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데, 혈중농도 0.6 % 이상이 되면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 기준에서 볼 때 오류선생은 2-3단계 정도로 마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약술을 마실 때는 1단계 초반정도에서 그쳐야 할 것입니다. 가볍게 한 잔정도 해서 몸도 마음도 활력을 얻는 단계에서 그칠 줄 아는 것이 약술을 마시는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거기서 그쳐야 일상생활을 하는데 술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평소에도 부득이 하게 술자리를 갖게 되더라도 본인의 주량을 알고, 기분 좋게 대화를 즐길 수 있으며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2단계나 적어도 3단계에서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매년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의 강요에 의해 술을 마시고 아까운 생명을 다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보다보면, 술에 대해 관대한 우리나라의 문화라 할지라도 이제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음주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을 알고 나를 알아야 즐기되, 술로 인해 위태롭지 않게 될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