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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칵테일, '소맥'의 모든 것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5. 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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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칵테일, '소맥'의 모든 것


① 새참에서 만찬까지 국민칵테일, '소맥'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하고 맥주 세 병!"

저녁, 아니 가끔은 대낮에도 음식점에서 들을 수 있는 외침이다. '주당'이 아니더라도 무슨 소리인지 금방 눈치 챘을 게다. '쏘맥(소주+맥주)'을 말기 위한 걸. 쏘맥(소맥)의 태생은 양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다.

지금도 군부·정치권·법조계·재계·언론계 등 특권층에서 비싼 돈 들여 말아마시는 술 말이다. 그러나 양주 대신 소주로 바뀐 소맥은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 국민 칵테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청와대 만찬 석상에도, 여대앞 주점에서도, 시골 농부의 새참상에서도 등장해 그야말로 남녀노소·사농공상을 불문한 전국민의 사랑을 한껏 받는 술이 됐다. 그러다보니 '소맥'은 당당히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신어'자료집에 수록되는 영광도 안았다.

소주 소비는 줄고, 맥주 판매량은 느는 등 주류시장의 지각변동까지 일으킨 소맥. 그 세계로 한모금 한모금 목을 적셔본다.

"소주보다는 덜 독해 목넘김이 좋으면서도 맥주보다는 강해 더 짜릿하고 시원하지요." 소맥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소맥의 매력이다. 여기에 개개인이 주장하는 소맥의 장점을 더하면 다음과 같다.

"첫 잔의 '원샷'으로 갈증을 풀면서 알딸딸한 취기까지 올라 즐겨 마셔요." - 밀레니엄힐튼호텔 홍보실 곽용덕과장

"소주 마시는 것처럼 천천히 마시면 속에 부담이 없어 너무 좋아요."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혜영주부

"소주는 쉽게 취하고, 맥주는 배만 부르고…, 두 가지의 단점을 소맥이 깔끔하게 해결했잖아요." - 혜전대학 호텔조리학과 강병남교수



술값 부담은 소주의 두 배

음식점에선 소주와 맥주 한 병 값은 각각 3000원을 받는다. 4인 식탁에서 소주만 마신다면 '각 일(1)병'이 보통. 그럴 경우 안주에 상관없이 술값만 1만2000원(3000원x4병)이 든다.

그런데 소맥으로 같은 정도의 취기를 느끼려면 소주 두 병에 맥주 여섯 병은 들어간다. 술값은 2만4000원(소주 6000원 + 맥주 1만8000원). 소주만 마셨을 때에 비해 두 배다.

밀레니엄힐튼 홍보실 곽용덕과장은 "소주만 마시는 것보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취기가 은은하게 이어지는 게 좋아 소맥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 소맥의 알코올 도수는 몇 도일까. 요즘 소맥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프-하프'(소주 반잔과 맥주 반잔을 섞는 것)나 소주 한잔을 붓고 맥주를 가득 체우는 것이나 도수는 별반 차이가 없다.

20도짜리 소주 한 잔이 48ml, 5도짜리 맥주 한 잔이 200ml. '하프-하프'로 제조를 하면 소주 24ml에 맥주 100ml인 셈. 소주·맥주의 알코올 양을 합쳐서 따지면 대략 9도가 된다.



② 소맥, 맛의 황금 비율은?




소주 업체는 울고, 맥주 업체는 웃는다

국민 칵테일'소맥' 때문일까. 맥주의 판매량이 부쩍 늘어났다. 하이트 맥주 홍보팀 최용운씨는 "전체 맥주 소비는 2006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해 1분기(4107만2000상자·500ml 20병 기준)에도 맥주는 지난 해 같은 기간(3961만2000상자)보다 146만상자나 더 팔렸다"고 밝혔다.

반면 소주 소비는 줄었다. (주)진로에 따르면 올 해 1분기 진로 소주의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시기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지난 해 1분기엔 2723만 상자(360ml·30병 기준)가 팔렸는데 올 해는 2538만 상자만 나갔다.

소주만 마시는 사람이 줄어들고 '섞어' 마신 탓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서는 큰 손해는 아니라고 한다. 진로측은 "소맥이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소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맥의 영향인지 소주 도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소주=25도'였다. 그러던 것이 1999년 23도, 2001년 22도, 2004년에는 21도, 2006년 20.1도의 순한 소주가 나왔다.

2006년 8월엔 처음으로 20도 아래의 소주(19.8도)가 나와 현재 소주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엔 18.5도 소주가 나왔고 지방에서는 16도 짜리 소주도 선을 보이고 있다. 그 옛날 한잔 후 '캬~'하는 소주의 짜릿함은 찾을 수 없고 그냥 '맹물'처럼 순하디 순한 소주이다.

이런 현상이 소맥 때문일까. 진로측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여성과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고 있을 뿐이란다. '빨간 딱지' 진로의 추억을 가진 주당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소맥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가장 맛있는 소맥의 '황금 비율'은 얼마일까. 아쉽게도 정답은 없다. 보리소주'맥'을 생산하는 (주)선양의 홈페이지에는 소맥과 관련해 "소주와 맥주를 각각 45ml 섞어 만든다"고 돼 있다.

시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비율(1대1)이다. 그만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주 생산업체들도 한결같이 황금비율은 없다고 답했다.

소맥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비율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프-하프(맥주 반잔과 소주 반잔)'에 대해 소맥 애주가 김선호(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이렇게 말한다.

"맥주의 거품 속에 담긴 소주의 뒷맛을 느끼기 시작하면 '술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 것"이라고.

'1(소주) 대 3(맥주)'은 소맥을 싫어하는 여자들도 마실 만 하다. 소주잔에 맥주 따라 마시는 것처럼 섞은 표도 거의 나지 않는다. 물론 양도 소주 한 잔에 불과해 원샷이 가능하다.

'10(소주) - 10(맥주)'은 원샷하기엔 버겁지만 양폭처럼 주당에겐 딱 알맞는 비율이다. 회사원 김상한씨는 "폭탄주의 짜릿한 맛을 느끼려면 역시 10대10"이라며 "특히 빨리 끝내고 싶은 술자리에서는 효과 만점"이라고 설명했다.

소폭 애호가인 지역신문 발전위원회 조성호 위원장은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어 맛있게 마는 방법에 대해 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보통 소주를 먼저 따르고 맥주는 붓는데 나는 정반대입니다. 우선 맥주를 반잔 정도 따르는데 거품이 많이 일게 하지요. 그리고 소주 반잔 가량을 붓고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마셔야 소맥의 진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맥의 거품에 소주 맛이 깔려있어 더욱 짜릿하고 시원한 맛을 냅니다



③ 소맥은 해롭다?…‘과하면 독’ 적당량은 문제 없어




소맥이 발전한 변종은 없나?

양폭(양주 폭탄주)에는 '마빡주' '회오리주''수소폭탄주'처럼 수 십 가지가 넘는 변종이 있다. 그러나 소폭은 거의 없다. 맥주를 먼저 따르고 소주를 따른 후 다시 맥주를 따르는 '소주 샌드위치주'가 고작이다.

여기에 전남 함평군에서 복분자 술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별난 소맥이 있다. 일명 'T-팬티주'로 알려진 꽃부리주다. 집중을 요할 만큼 만드는 방법이 까다롭다.

우선 ▶맥주잔에 소주 반잔 정도를 담은 양주 스트레이트잔을 넣고 ▶양주잔 높이까지 맥주를 붓는다(소주와 섞이면 안 된다) ▶복분자 술을 남은 소주잔에 살짝 넘치도록 따른다(정확히 조준해서 넣어야 한다. 너무 많이 따르면 실패한다).

맥주와 복분자 와인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맥주 표면에 가느다란 띠가 생기는데 보기에 따라 꽃부리 같기도 해 꽃부리주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짖꿎은 술꾼들이 T-팬티 모양을 닮았다며 여기저기 T-팬티주라고 소문을 낸 모양이다.

소맥이라고 더 해롭진 않아

섞은 술이기에 과연 몸에 더 나쁠까? 더 해로운 것은 아니란다.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과하면 독'이 될 뿐이다.

소맥도 폭탄주의 일종. 폭탄주는 한 번에 들이키는 일이 많다. 특히 첫 잔은 주량과 상관없이 '원샷'을 해야하는 것이 마치 주도인 것처럼 됐다. 원샷 횟수가 늘다보면 취하게 되고, 호기가 발동해 '술이 술을 마시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포항S병원 박건상 내과과장은 "폭탄주라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많이 마시지 않고 정도 것 즐긴다면 건강상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술처럼 2차·3차로 이어지는 과음이 문제라는 것이다.

박과장은 또 "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어 같은 양을 마셔도 여자가 빨리 취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여성들도 소맥을 많이 마시는데 도수가 낮다고 얕보지 말고 바짝 긴장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모든 것이 과유불급, 정도를 넘어서면 화를 부르고 적당하게 마시면 득도 되는 소맥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퇴근길에 간단히 소맥 한잔 말아봐?


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2009.05.20 10:5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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