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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걸리, 대접 달라졌다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5. 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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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걸리, 대접 달라졌다




최근 막걸리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구공탄 집에서 대포 한잔 기울이는 걸 낙으로 삼는 장년층의 얘기가 아니다. 20~30대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막걸리 매니어가 늘면서 막걸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여성들이 마시는 막걸리와 아저씨들이 즐겨 찾는 ‘대포 한잔’의 성분이 다른 건 아니다. 그 막걸리가 그 막걸리다. 다만 담는 그릇과 먹는 방법이 달라졌다.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신촌 등을 중심으로 ‘막걸리 칵테일’ 주점이 번성하고 있다. 막걸리에다 과일주스 등을 섞어 색깔을 내고, 유리 칵테일 잔에 담아내는 집이다.

한 사발 “캬~” 하고 들이켜는 게 아니라 칵테일처럼 한 모금씩 홀짝거리며 마시는 음료가 됐다. 그야말로 겉포장 한번 살짝 바꾼 것뿐인데 세상의 대접이 달라진 것이다.




고운 색에 달콤한 이 음료가 막걸리랍니다.
이른바 막걸리 칵테일입니다. 색과 향에도 취할 것 같습니다.



막걸리로선 팔자를 고친 격이다. 막걸리 열풍엔 일본의 ‘마코리 애호가’들 의 공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 ‘마코리’로 불리는 막걸리가 최근 몇 년 사이 웰빙 음식으로 떴다. 달콤하고 톡 쏘는 맛에 반한 일본 여성들이 ‘마코리 칵테일’을 사랑하게 되면서 마코리는 ‘난생 처음’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일본에선 팩이나 유리병에 담겨 건강주로 팔려 나가기도 한다.

흔한 것은 귀하지 않은 법. 한국에선 흔해 제대로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막걸리가 이렇게 바다 건너 귀한 대접을 받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그 진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들이 자주 찾는 대형 마트 등엔 막걸리 진열장이 따로 만들어졌다. 그런가 하면 호텔 메뉴에도 막걸리가 올라가고, 젊은 여성들의 저녁 모임 때 메인 술자리도 차지했다. 가히 ‘막걸리 전성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만하다.

막걸리는 이제 ‘대포나 한잔’을 외치는 아저씨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젠 세대를 초월해 개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음료가 됐다. 나이 지긋한 세대는 한 사발을 쭉 들이켠 뒤 ‘캬~’ 하는 그 맛에 마시고, 젊은이들은 예쁜 칵테일잔에 담아 분위기에 취해 마신다.



단백질에 유기산까지 듬뿍 / 적당히 마시면 ‘웰빙’




막걸리를 왜 ‘웰빙 술’, 심지어 ‘건강식품’이라고까지 하는 걸까. 일단 막걸리의 단백질 함유량은 1.9%로 다른 술(청주 0.5%, 맥주 0.4%)에 비해 많다. 필수 아미노산은 10여 종, 피부 미용에 좋은 비타민B 복합체도 들어 있다.


5일 정도 숙성시키면 막걸리 원액이 완성된다
막걸리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도 대표적인 웰빙 성분이다. 젖산·구연산·사과산 등이 0.8% 정도 함유돼 체내 피로 물질을 제거하고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촌 사람들이 먹는 발효유나 과일즙에 이런 유기산이 많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최근 학계의 ‘막걸리 연구’가 힘을 보탠다. 최근 신라대 배송자 교수팀은 막걸리에 항암 성분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하자 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 세포의 60% 정도가 증식이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

또 손상된 간 조직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갱년기 장애 유발 요인도 막걸리 성분으로 정상군보다 낮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대 식품생물공학과 배송환 교수팀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배 교수는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 운지버섯에서 추출한 항암물질(크레스틴)보다 활동성이 왕성한 항암물질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막걸리가 성인병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술이 고혈압·심장병 등을 유발시키는 것과 달리 막걸리는 살아 있는 효모 덕에 혈청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고려대 부설 한국영양문제연구소 주진순·유태종 교수 연구 결과). 하지만 이런 성분도 적당히 마셨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막걸리도 술이다.



남한산성소주 기능보유자 강석필씨가 쌀막걸리 발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막걸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쌀로만 빚는다?
고두밥(술밥)을 쪄서 누룩을 섞어 발효시키는 전통 막걸리는 쌀이 주원료다. 하지만 1964년 식량 부족으로 쌀 사용이 금지되면서 밀가루가 대신 쓰였다. 규제가 풀린 지금도 맛을 내기 위해 밀가루로 빚는 막걸리가 적지 않다. 하루 1만3000병(750mL 기준)을 출하하는 전주삼화주조는 100% 밀가루 막걸리다. 이동주조의 ‘이동쌀막걸리’는 쌀 60%에 밀가루 40%를 섞는다.

플라스틱 통으로만 나온다?
2030세대를 겨냥해 패키지도 업그레이드됐다. 배상면주가는 투명 유리병에 막걸리를 담은 ‘대포막걸리’를 판매한다. 캔막걸리도 등장했다. 국순당의 캔막걸리는 저온살균 처리 후 밀폐·포장해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서울탁주제조협회도 캔막걸리 ‘월매막걸리’를 내놓고 있다.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
숙취가 심하다면 불량품으로 의심해야 한다. 제대로 숙성이 안 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적정 숙성 기간은 8~10일. 이보다 짧게 발효된 제품은 배 속에서 탄산가스를 만든다. 이것이 뇌로 올라와 두통을 일으키고 입에선 트림이 난다. 과거엔 생산가를 낮추려고 ‘카바이드’를 섞은 탓에 숙취가 생겼다. 카바이드는 석유와 비슷한 성분의 화학물질로, 막걸리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발효시키기 위해 쓰였다.

동동주와 같은 것이다?
막걸리는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낸 술로서 빛이 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다. 맑지 못하고 탁하다 하여 탁주, 탁배기로도 불린다. 하지만 동동주는 다르다. 찹쌀로 만든 맑은 술에 밥알을 동동 뜨게끔 빚은 술로 막걸리하고는 전혀 다른 술이다.



전주 막걸리 주점의 특징은 막걸리를 담는 커다란 주전자와 푸짐한 안주다.
주전자에는 3병의 막걸리가 담겨 나온다.


흔들어 주세요, 제맛 보려면



막걸리는 전국 800여 개가 넘는 술도가에서 만든다. 그래서 품질도 맛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좋은 막걸리를 고르려면 몇 가지 기본 요령을 알아야 한다.

●마개가 꽉 닫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은 천연가스가 만드는 기포에서 생기는데, 마개가 헐거우면 이 청량감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물질·세균으로 변질되기 쉬운 막걸리에서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흔들지 않았는데도 탁하고 가라앉은 부분이 별로 없다면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막걸리라고 봐야 한다.

●잔에 따랐을 때 사이다처럼 기포가 올라오는지도 체크해 보자. 이는 막걸리에 살아있는 효모가 숨을 쉬면서 탄산가스를 내보내는 증거다. 이를 볼 수 없는 막걸리는 살균 처리돼 영양분이 없거나 제대로 발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잘 숙성된 막걸리를 골랐다면 아래위를 잘 섞어서 마셔야 제대로 먹는 것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맥주와 섞어 먹느라 막걸리의 맑은 부분만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것과 같다. 서울탁주협회 서울제국연구소의 성기욱 전무는 “병 바닥에 가라앉은 성분을 찌꺼기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항암 성분 등 건강에 필요한 생효모가 농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맛있게 먹는 기간도 따로 있다. 출시된 뒤 하루 이상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막걸리를 만들 땐 원액의 도수(14도 내외)를 낮추기 위해 물을 섞는데, 효모가 발효하면서 물이 알코올로 변하는 데 하루 이상이 필요하다. 물론 살균 처리하지 않은 ‘생막걸리’의 경우다.


중앙일보 [week&커버 스토리]에서 발췌

글=박상언·이도은 기자
사진=조용철·권혁재 기자

2009.05.14 00:01 입력 / 2009.05.14 08: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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