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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행사장에서 좋은 와인 고르기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7. 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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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순의 술술 넘어가는 와인] 할인 행사장에서 좋은 와인 고르기

 

 

매년 이맘때가 되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반가운 행사들이 있다. 이른바 와인을 대폭으로 할인 판매하는 와인 장터들이다. 백화점, 와인샵, 그리고 할인점 등에서는 대폭 할인된 와인들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덕택에 와인 초보이든 애호가이든 저렴하게 산 와인들을 충분히 비축해둔 와인 곡간(?)을 바라보며 남다른 풍요로움에 흐뭇해 한다. 당연, 그날 저녁은 불고기나 스테이크를 준비 한 저녁 만찬 테이블 위에 3만원에 구매한 10만원 짜리 와인을 두고 가족들과 함께 기분 좋게 즐기리라…

“아니! 진작에 이렇게 싸게 팔지 왜 평소에는 비싸게 파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네? ” 라고 70% 이상 할인된 맛 좋은 와인이 반 병정도 비워질 쯤이면 의문점을 가질 것이다.

와인 할인 행사의 주요 목적은, 와인의 라벨이 손상되었거나 품질이 좀 떨어지는 와인, 혹은 판매를 하지 못해 오랜 기간 재고로 있었던 생명력을 다한 와인들을 빠른 시간 내에 소진하고자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와인은 살아있는 유기물이기에 위스키나 소주처럼 무한정 보관할 수 있는 술이 아니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와인들은 일단은 가격이 높으며 또한 보관 환경이 매우 까다롭기에 쉽게 변질 될 수 있다. 그래서 유통과정에서 잘 못 보관되었거나 생명력이 떨어진 와인들은 빨리 소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혹은, 와인의 상태는 훌륭한데 인기가 없거나 수입업체의 개별적인 사정으로 인해 빠른 기간 처분하고 싶어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분명 소비자는 “횡재했다” 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석 같은 와인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본인이 와인 지식이 있거나 와인을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와인창고가 정리 되면, 와인업체들은 가을에 들여 올 새로운 와인들을 위한 공간 확보를 하게 되는 것이고 7-8월 비수기인 한여름에 서늘하게 보관해야 할 와인들을 위한 높은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 와인이다. 그래서 더욱 재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50%-90% 이상 할인되는 와인들은 정가에 판매되는 정상적인 와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행사장에서 좋은 와인을 고르는 것은 보물 찾기 와도 비슷하다. 할인 행사장에서 판매된 와인들의 경우 잘 고르면 횡재이지만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하기에 모험도 걸어야 한다. 좋은 와인 구매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외관상 와인이 밖으로 흘러내린 자국이 있는 와인은 조심. 일단, 와인이 밖으로 흘렀다면 와인이 높은 온도에 노출되어 끓어 넘친 경우이다. 와인이 와인 병의 어깨 까지만 있는 경우에도 밖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있다.

2) 외관상으로 보았을 때 와인의 코르크 마개가 밖으로 빠져 있거나 코르크마개 전체가 젖어 있었던 경우의 와인도 조심.

3) 80-90% 혹은 그 이상 할인된 와인들의 경우, 주로 식 재료나 족욕에 사용하기 좋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신맛이 강할 가능성이 높은데, 평소 신맛을 즐긴다면 크게 무리 없다.

4)원래 소비자가격이 10만원 미만인 경우의 와인 빈티지가 10년도 넘었다면, 일단의 의심. 그러나 잘 찾아보면 맛있게 익은 와인들도 있으리라. 와인 병에 표기된 빈티지로부터 3-4년 미만이 가장 안전하다.

5)주변 전문가나 애호가들의 조언에도 귀 기울여 보라. 횡재할 만한 보석 같은 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을 구매하고 나서 유의해야 할 점들은,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한 와인들은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와인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가능한 한 1년 이상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와인은 김치와 유사하다. 김치가 시어지듯 와인도 시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경우 신맛을 즐긴다면 그대로 음식과 함께 즐기면 된다. 오히려 이런 와인들이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불고기나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혹은, 고기를 재울 때 와인을 이용해 보라.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육즙이 풍부하고 향기로워진다.

가끔씩 이러한 행사를 보면서, 와인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10만원 짜리 와인을 3만원에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그 와인에 대한 가격이 3만원으로 고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와인의 고귀한 이미지와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 수입업체이든 판매상이든 와인 장터와 같은 특별 할인 행사가 지니는 진정한 의미의 원초적(?) 목적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영향력 있는 와인의 판매업체 들은 멀쩡한 와인들도 행사에 내놓으라는 압력으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와인의 상품적 이미지는 떨어지기 마련이며 의도치 않는 와인가격 불신이 생기며 앞으로 와인 제값 받고 팔기는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와인 장터와 같은 할인 행사가 판매자의 이익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와인 유통에서 오는 손실의 감소화를 통한 좀 더 양질의 와인들이 저렴하게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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