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2번 보름달이 뜬다.
정월 대보름은 그 12번의 보름달 중에서 제일 첫 번째 뜨는 달이다.
달력이 없었던 원시사회에서 태양은 매일 같은 크기로 떠오르므로
어떤 것이 1월 1일의 태양인지 정확하게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반면에 둥그렇게 떠오르는 정월 보름달은 일년 열두 달의 첫 번째 달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1년 명절 가운데 정월대보름을 가장 큰 명절로 여겼던 것 같다.
'한국세시풍속'(임동권)에 의하면 한국의 1년 동안 세시행사가 총 192건인데,
그중에서 정월 한달에 102건이 집중되어 있고,
정월 중에서도 대보름을 전후하여 55건이 몰려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정월대보름이 한민족의 큰 명절이었던 것이다.
대보름놀이 가운데 하나가 불을 가지고 노는 불놀이다.
쥐를 쫓는다는 뜻으로 둑이나 논밭의 마른풀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도 있고,
달집을 태워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가 그렇다.
불은 음기(陰氣)를 몰아낸다고 믿었다.
불난 집이 이후로 잘된다고 믿었던 것은,
불이 그 집에 웅크리고 있던 귀신을 다 몰아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불놀이를 통해서 구질구질한 것을 다 태워버리고 깨끗하고 개운하게 새해를 맞는 의미였다.
대보름날에 먹는 '부럼'도 재미있는 풍습이다.
국어사전에 '부럼'을 찾아보면,
'아이들이 까서 먹는 밤, 잣, 호두, 땅콩 같은 것의 총칭'이라고 나와 있다.
대보름에는 이처럼 껍질이 딱딱한 견과류를 깨서 먹는 풍습이 있다.
왜 이러한 견과류를 깨먹는 풍습이 생겼을까?
영양보충의 차원인가?
무엇보다도 '부럼'이라는 말이 특이하다.
사전에 보면 '부스럼'의 준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호두나 땅콩 먹고 부스럼 나지 말라는 뜻인가!
옥스퍼드에서 나온 범어(梵語) 사전을 찾아보니까,
우리말 '부럼'의 발음에 해당하는 'bhram'이 나온다.
그 의미는 'wander'(헤매다), 'roam about'(방랑하다), 'perplexed'(당혹한), 'doubt'(의심)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부럼을 깨서 먹는 행위는 '당혹, 의심, 방황'을 깬다는 뜻을 내포한다.
우리말의 '범어기원설'(梵語起源說)에 의하면 대보름에 땅콩이나 호두의 껍질을 깨는 것은
'파혹'(破惑)의 상징이 된다.
대보름날 부럼 먹고 미혹(迷惑)을 깨자!
불의 종류 (0) | 2009.03.07 |
---|---|
불 (0) | 2009.03.07 |
재다관약(財多官弱) (0) | 2009.03.07 |
무재팔자(無財八字) (0) | 2009.03.07 |
재물(財物) (0) | 2009.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