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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의 잘못된 만남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3. 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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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의 잘못된 만남

"흠… 이 화이트 와인은 생선회랑 마시기는 좀 부담스러운데요…" 어느 일식 횟집에 번개 모임으로 참석한 와인 클럽 회원 중 누군가가 와인 잔 속에 코를 깊이 박아 긴 숨을 들이키듯 냄새를 맡아보면서 중얼거린다.
"그래요? 어디 한번 봐요" 가지고 온 와인 병을 받아 들었다.
"아.. 캘리포니아산 리저브급 샤도네 이군요. 꽤 고급 와인을 가지고 오셨는데…?" 와인을 먼저 음미해 보았다. 갓 구운 식빵의 구수한 향기와 아몬드와 같은 너트류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향기가 전체적으로 깔린다. 그러다가 아카시아 꽃 그리고 사과와 같은 과일의 무르익은 향기… 마지막에는 꿀과 같은 달콤함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그럼… 어디 한번 도미 회와 한번 먹어 볼까요" 준비된 활어 회를 씹으면서 이 와인을 들이켜 보았다. 의외로 바닐라의 향기가 돌출되어 느껴지면서 왠지 느끼하다.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 할 지라도 음식과 잘 어우러져 균형 잡힌 일체감을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반감되는 경우였다.

가끔씩 주변에서 이 와인은 이 음식과 최고의 궁합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와인과 음식과의 좋은 궁합의 정도는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다. 그럭저럭 좋다 내지는 환상적이다 라는 차이가 개인마다 많이 달라진다. 쉬운 예로, 내가 평소에 자주 즐기는 음식점의 음식이 좋다고 소개해도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개인마다 경험한 음식의 수준(?) 정도나 식성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 했을 것이다.

음식과 와인의 최고 궁합을 찾는 것은 이론적인 것 보다는 본인이 직접 체험하면서 얻게 되는 주관적인 의견들이 다양하게 있다면, 최악의 음식은 아마도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식과 와인의 조화가 깨어지는 최악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본인의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면, 그러한 체험은 미리 피하는 방법도 시간 절약, 돈 절약 그리고 스트레스 예방 차원에서 더욱 권장하고 싶다.

화이트 와인이 생선에 어울린다고 해서 모든 화이트 와인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생선도 생선 나름인데 생선 회, 생선 초밥, 튀긴 생선, 양념에 조림한 생선등과 같은 요리 기법에 따라 함께 마시는 와인의 맛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개인적인 취향도 저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특별히 싫어하는 기준들은 일반적으로 공통적인 의견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음식과 와인의 조화에서 서로 융화가 되지 않고 균형이 깨어질 때 하는 이야기이다.

고급 와인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의 잘못된 결합으로 저녁식사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꼭 피해야 할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와인과 음식의 최악의 궁합 사례

1. 일식 집에서 흰살 생선회를 시켜놓고 프랑스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품종을 주종으로 한 와인 : 메탈릭한 비린 맛이 첫 느낌이자 마지막 느낌이 된다.

2. 석화나 생굴 과 함께한 오크통 숙성을 진하게 한 화이트 와인 : 오크통 숙성을 제대로 한 샤도네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과 신선한 굴은 상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비리다. 당연히 레드 와인은 더욱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샴페인이나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은 샤블리는 훌륭하다.

3. 흰살 생선회 오크통 숙성을 진하게 한 화이트 와인 (주로 고급 샤도네들) : 바닐라의 느끼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버터에 구운 생선요리나 해물 찜과 같은 요리들은 의외로 환상적일 수 있다.

4. 너무 비린 생선들도 어우러지는 와인이 없다 : 일단, 생선이 비리면 와인의 향기는 죽어버리고 비린 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 좋은 예로 간장 게장이라든가 고등어 나 꽁치를 들 수 있겠다.

5. 마른 오징어 안주와 떫은 맛이 강한 레드 와인 : 메탈릭한 비린 맛이 강해진다. 마른 오징어와 와인은 화이트 이든 레드 이든 전반적으로 어우러지지 않는 편이다.

6. 달콤한 케잌과 피노누아 품종을 이용한 레드 와인 혹은 산미가 강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 : 케잌과 와인의 맛 모두 죽어 버린다. 케잌은 아무래도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나 샴페인이 제격이다.

7. 스테이크와 매우 달콤한 디저트 와인 : 예전에 어느 TV드라마에서 달콤한 와인과 스테이크를 시켜 먹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이스 와인과 같은 꿀 같은 맛의 화이트 와인과 육류 스테이크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최악의 궁합!

8. 짜고 매운 음식들과 어우러지는 와인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예를 들면 아귀찜 이나 매운탕과 같은 음식들 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음식을 좋아해서 맵고 짠 맛을 줄여주는 약간 달달한 화이트 와인 내지는 레드 와인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뭐…그럭저럭…
→ 혹시라도 이 음식에 어울린 와인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있겠으나, 일단은 이 정도의 와인과 음식의 잘못된 만남 정도만 피한다면 우리는 좀 더 즐거운 와인과 음식 체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추천 와인 - 생선회와 잘 어우러지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어느 이태리 식당에서 내놓은 전채요리 "파인애플을 곁들인 광어회 타르트" 가 생각난다. 그때 함께 했던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으로 만든 와인은 환상적인 조화를 주었다. 원래 프랑스 보르도나 루아르 지방의 상세르나 뿌이 퓌메 와인들이 유명하다. 이 곳의 와인들은 좀 더 단아한 스타일로 웬만한 담백한 생선들과 잘 어우러진다.

뉴질랜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세계 와인 산지이다.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소비뇽 블랑 와인들은 좀 더 푸루티하고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성 과일과 꿀과 같은 향기로움이 더해진다. 금방 벤 잔디의 향과 고양이 오줌과 같은 묘한 찌릿한 향이 있지만 이것은 은근히 우리의 후각을 더욱 즐겁게 자극하기도 한다. 깔끔한 과실적인 산미와 향기로움이 일품이라 생선회나 초밥 류, 익힌 생선도 좋으며 조개 구이와도 환상적이다.

최성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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