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깨나 마셔 본 강호(江湖)의 주선(酒仙)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천하의 3대 명주가 있다.
첫째가 백화주(百花酒), 둘째가 송화대력주(松花大力酒), 셋째가 불로주(不老酒)라고 한다.
이 천하 3대 명주의 공통 특징은 제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천하 3대 명주를 한번 맛보고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와중에,
민속주 전문가인 허시명(47) 선생으로부터 ‘백화주’를 만드는 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김제에 있는 경주 김씨 김수연(82) 옹 집안이다.
백 가지 꽃을 따서 만드는 백화주는 이 집안에서 13대째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이다.
조선시대 양반 집안에서는 대부분 집에서 술을 빚었다.
술은 접빈객(接賓客)과 봉제사(奉祭祀)에 필수였기 때문이다.
양반 집안에 술이 없어 다른 집으로 술을 얻으러 간다는 것은 창피였다.
집집마다 자체적으로 술을 담갔고, 당연히 집집마다 술 맛이 달랐다.
백화주의 핵심은 백 가지 종류의 꽃을 어떻게 구하느냐이다.
이른 봄에 피는 매화부터 채취한다.
대략 2월 말부터 꽃을 채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피는 동백꽃, 산수유, 산에서 피는 생강나무꽃, 진달래 등을 딴다.
이 외에도 모란, 등꽃, 절굿대꽃, 패랭이꽃, 도장나무꽃, 산딸나무꽃, 백굴채, 자운영, 흰철쭉, 댑싸리꽃, 수국, 인삼, 층층나무꽃, 갓꽃, 후박꽃, 아카시아꽃, 민들레, 당귀, 병꽃나무꽃, 고들빼기, 찔레꽃, 장미, 토끼풀꽃, 작약, 꽃잔디, 수영꽃, 박태기꽃, 자목련, 벽오동꽃, 사상자꽃, 백일홍, 연꽃, 석류꽃, 쥐똥나무꽃, 돌미나리꽃, 붓꽃, 개쑥꽃, 사계화, 개망초, 냉이꽃, 접시꽃, 엉겅퀴, 줄풀꽃, 구슬꽃, 단풍나무꽃, 씀바귀꽃, 구절초, 싸리꽃, 초록꽃, 밤꽃, 돈나물꽃, 쑥갓꽃, 해당화 등등이다.
가장 늦게 따는 꽃은 늦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이후에 따는 감국이다.
대략 11월 초에 해당한다.
이 백 가지 꽃을 각 시기마다 따서 말린 다음에 술을 담그는 데에는 80일 정도의 시일이 걸린다.
백화주의 효능은 ‘중화(中和)’라고 한다.
백화쟁명(百花爭鳴)을 중화시킨 술인 셈이다.
요즘같이 꽃이 만발하는 봄날 오후에는 백화주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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