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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도 신분증이 있다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3. 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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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인의 증명을 위해 신분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주민증이고 또 하나는 명함이다. 주민증과 명함을 보면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주는 주민증은 본인의 성함, 국적, 태어난 도시 와 마을, 현재 살고 있는 지역, 태어난 년도와 날짜 들이 기록되어 있고 부가적인 정보는 명함에서 얻을 수 있는데 소속 회사와 부서, 본인의 직함 등이다. 우리는, 이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도 대충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머리 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와인에도 이러한 신분증이 있다. 즉, 와인에도 앞에서 언급한 모든 사항들이 와인 병의 라벨에 기재 되어 있다는 것.

먼저 가장 복잡하게 생각하는 프랑스 와인 라벨을 보면 와인 명(생산자명), 생산국가, 생산지역 과 마을, 생산 년도(빈티지) 가 보이고 부가적으로 와인의 등급 이라든가 알코올 도수 그리고 병의 용량 정도가 보인다.



-> 프랑스 와인 라벨을 보면 와인명과 생산자명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이는 신세계 와인에서는 브랜드명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신세계 와인들의 경우 포도품종을 강조하는 반면 프랑스 와인에서는 생산지역이 강조 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왜냐면 프랑스 와인들은 지역별로 사용되는 포도품종에 대한 규정들이 있다. 보르도 지방의 레드 와인의 경우 5가지의 품종이 혼합하여 만들어지고 부르고뉴 지방은 레드의 경우 피노누아 품종 하나만 가지고 만든다. 따라서 프랑스 와인은 지역별 특징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와인의 품질 등급은 우리에겐 하나의 직위와도 같아서 중요시되기도 한다.

즉, 와인 병 라벨에 프랑스(국가), Bordeaux 보르도(도시), Medoc 메독(지역), Pauillac 뽀약(마을) 에서 마을 단위까지 상세하게 표기가 되었다면 이 와인은 좀 더 고급 와인 범주에 들어간다. 우리 식으로 표현한다면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 에서 나온 와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서울시에 해당하는 보르도 까지만 라벨에 표기가 되었다면, 좀 더 넓은 범주의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이므로 품질이 떨어지는 형식이다. 이 라벨에서 보듯 뽀약(Pauillac) 마을 단위로 표기가 되었다면 와인은 더욱 높은 품질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이것을 알려면 지명을 알아야 할 것이다. 추가로,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 = 특급와인등급) 내지는 그뤼부르주아(Cru Bourgeois)등과 같은 부가적인 특급 와인을 표시하는 감투가 있다면 이 내용을 와인 병 라벨 표기하는 와이너리들도 많다.


이태리 와인 라벨도 프랑스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는 아래와 같은데 프랑스와 이태리와는 달리 포도 품종이 추가된다.



-> 독일의 경우 품질 등급에서 좀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 단계를 이야기 하자면 너무 말이 길어지고 복잡할 듯 하여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더 소개하도록 하겠다.



신세계(미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아르헨티나등)의 와인들은 좀 더 단순하고 외우기 쉬운 경우가 많다. 일부 생산자들은 아예 와인 브랜드를 내세우고 그에 따른 품종을 강조하여 표기한다.



-> 신세계 와인들은 프랑스와 달리 와인 지역은 크게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와인의 브랜드 명을 더욱 중요시 한다. 그 브랜드로 다양한 포도품종 별 와인들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약 80-90% 이상 단일 품종을 사용한 경우 와인 병 라벨에 대표적으로 사용된 포도 품종 명을 표기할 수 있다. 만약에 여러 품종이 함께 혼합된 와인들 이라면 품종을 표기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 내지는 와인 명을 내 세우는 경우가 많다. 즉, 신세계 와인들은 생산자 명 내지는 브랜드 명이 중요하고 그에 따른 사용된 포도품종이 중요하다.

리저브 (Reserve), 레세르바(Reserva) 내지는 그랑 레세르바(Gran Reserva) 등과 같이 부가적으로 표기 되어 있는 경우를 이태리, 스페인 내지는 칠레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와인들에서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표기가 되어 있는 와인들은 같은 브랜드 중 좀 더 고급 와인들인 경우 이다. 모두 자체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들로만 가지고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으며 그 때문에 더욱 많은 정성과 품질 관리를 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참고로, 와인 병에 표기된 생산 년도인 빈티지(Vintage)는 포도가 수확된 해를 이야기 한다. 즉, 와인이 병입된 해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즉, 포도 수확 후 와인은 발효를 하게 되고 숙성을 하게 되는데, 적게는 6-12개월, 길게는 2년 이상 숙성시킨 후 병입하여 출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에 우리가 와인 산지를 어느 정도 알고 포도품종 별 특징들을 알고 있다면, 와인 라벨만 보고도 대충 어느 정도 수준의 와인인지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인 중 경북 안동 사람이라든가 미국인 중 하와이에 있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비교 해본다. 혹혹은 특정 기업체의 이미지처럼 와인 브랜드를 가지고도 그 와인의 스타일을 연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개개인 마다 표현하는 개성과 특징은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해 보고 느끼면서 알게 되는 것처럼, 와인 또한 오픈 해서 마셔보고 음미하면서 더욱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사람도 자주 만나면서 더욱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사람이 있듯, 와인 또한 맛을 보면 볼수록 더욱 깊은 맛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첫사랑과 같은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최성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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