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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도 신분 계층이 있다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3. 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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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의 와인이 가장 좋다고 생각 하시나요” 라고 질문하면 아마도 응답자의 50% 이상은 프랑스 와인을 꼽을 것이다. 이는 와인을 잘 모르는 초보자도 마찬가지 이다.

“그럼 프랑스의 무슨 와인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라고 와인 초보에게 다시 질문하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보르도가 최고죠” 아니면 “메독 아닌가요?” 라는 답이 나올 수 있다. 일부는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샤또 메독 이죠” 라고….

그러나 보르도는 큰 단위의 지역 명이고 메독은 보르도 지역 내에 있는 마을 명이다. 이를 우리의 소주에 비유한다면 ‘경북 안동’ 정도이다. 여기에는 생산자 명이 다르게 뒤따를 것이다. 보르도에서는 샤또(Chateau = 성 이자 와인양조장) 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와인들이 그 좋은 예이다.

프랑스 와인을 모르고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 와인에 집착하고 공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혹은 ‘어렵다’ 등의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특히 보르도 지방의 와인들은, 다른 나라 와인 산지들과 달리 유난히 복잡한 등급 체계를 가지고 와인 품질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프랑스 와인은 등급 체계부터 제대로 알고 들어 가면 와인 선택에 있어서 조금은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와인등급은 크게 4가지의 등급 체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하위 등급으로는 매일 음식과 함께 마시거나 요리에도 사용하게 되는 가장 저렴한 와인들로 1)뱅드 따블 (Vin de Table)이 있고 바로 그 위 등급으로 2)뱅드 빼이(Vin de Pays) 인데 뱅드 따블 보다는 좀 더 높은 품질의 와인들이다. 그 위의 등급으로는 3)VDQS (Vin Delimites de Qualite Superieure)가 있으나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최상위 분류에 속하는 4)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 등급이 있다. 우리가 시중에서 가장 많이 접해본 와인 등급이 될 텐데 와인 병의 라벨을 을 보면 해당 AOC 지역이 ‘Appellation 프랑스의 지역명 Controle’ 로 표기된다. 즉, 보르도의 메독 지방의 와인이라 가정하면 ‘Appellation Medoc Controle’ 가 된다. 생떼밀리용 지방이면 Medoc 이라는 글자 대신 ‘Appellation Saint-Emilion Controle’ 라고 표기된다.

이 AOC 안에서도 각 해당 AOC 별로 품질 등급이 좀 더 세분화 되는데 그 병의 라벨에 추가된 표기를 볼 수 있다. 이 표기는 보르도 지역의 와인들이 가장 복잡한 편이다. 즉, 보르도 지역의 경우 최고 서열의 와인은 특급와인으로 ‘그랑 크뤼 클라세 (Grand Cru Classe)’라고 라벨에 표기되며 바로 그 아래 등급으는로 메독 지방의 경우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혹은 생떼밀리용의 경우 생떼밀리용 그랑크뤼(Saint Emilion Grand Cru)가 표기된다. 그 다음으로 특정 지방에 상관없이 보르도의 일반 AOC 보다 좀 더 높은 품질이면 ‘보르도 수페리어(Bordeaux Superior)’ 라는 표기된다. 이러한 AOC는 때로는 AC라 부르기도 하는데 프랑스 와인의 제일 높은 등급으로 생산 지역, 포도 품종, 단위 면적당 최대 수확 량 등의 엄격한 법규로 인해 그 품질이 항상 보장된다.

이러한 등급 체계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려면 프랑스의 와인 산지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메독(Medoc) 지방이나 생떼밀리용(Saint-Emilion) 지방이 보르도(Bordeaux)의 지역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을 예로 든다면 보르도는 서울시에 해당하며 메독은 강남구와 같은 지역에 해당한다. 강남 지역에서도 여러 동이 있듯이 메독 안에는 뽀약(Pauillac)이라든가 생쥴리앙(Saint-Julian) 과 같은 꼬뮌(Commune 마을)단위로 세분화 된다. 그리고 그 꼬뮌 안에는 샤또(Chateau = 와이너리 Winery)가 있는데 이는 해당 ‘동’ 안에 있는 특정 상점이나 집과도 같은 것이다.

와인의 병 라벨에 씌어진 정보가 더욱 세분화 될수록 그 와인의 등급과 가치는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만약에 와인 병에 “Chateau Leoville Barton (샤또 레오빌 바르똥)”이라 씌어있고 그 아래 AOC 표기가 “Appellation Saint Julien Controlee 아펠라시옹 생쥴리앙 꽁트롤” 라고 표기 되어 있다면 이 와인은 매우 고급 와인일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즉, 생쥴리앙은 보르도 지역에서도 더 세분화된 마을 명이다. 만약에, 와인 병에 특정 샤또 이름이나 마을 명이 없이 단순히 메독(Medoc)이나 보르도(Bordeaux)라고만 씌어 있다면 그 와인은 아래 등급의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소 복잡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AOC(원산지 통제 명칭)라는 와인 등급체계가 규정되면서 프랑스 와인의 품질은 더욱 높아졌고 그 산업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 와인 산지에서 와인을 양조할 때나 평가할 때에도 프랑스 와인을 기준으로 잡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등급 체계를 무시하고 특급 와인에 버금가는 좋은 와인들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특급 와인이 아닌 와인들 중에서도 특급 와인에 버금가거나 혹은 더욱 높은 품질과 가격에 판매 되는 와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쥴리앙 지방의 샤또 글로리아(Chateau Gloria)는 생쥴리앙의 크뤼 부르주아 급의 와인이다. 그러나 이 와인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알려져 웬만한 특급 와인에 버금가는 품질과 함께 그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남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바론 아르끄(Baron Arques)”의 경우 지금은 AOC등급이나 처음에는 뱅드뻬이 급의 와인이었다. 이 와인의 뛰어난 품질이 알려지면서 그 몸값이 높아져 이젠 10만원대가 훨씬 넘어 특급 와인에 준하는 고급 와인으로 변신한 경우이다.

가끔씩 특급 와인이라든가 고가의 명품와인에만 목숨 거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러나 와인은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와인이 가장 맛있다면 최고이다. 알면 알수록 저렴한 가격대의 와인에서도 더욱 좋은 와인들을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와인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최성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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