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민속주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2. 28. 09:45

본문

[조용헌살롱] 민속주

 

 

술은 문화권에 따라 기호품과 음식으로 나누어진다.

기호품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술을 꼽으라면 위스키다.

날씨가 추운 북유럽 문화권에서 주로 마시는 위스키는 도수가 높은 독주(毒酒)다.

기호품에 해당되는 술은 안주가 별로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호품은 중독성이 있다.

음식에 해당되는 술을 꼽는다면 프랑스의 포도주나 한국의 막걸리다.

포도주나 막걸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먹는 술이다.

반주(飯酒)인 것이다.

취하려고 먹는 술이 아니다.

음식은 중독성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맥주는 기호품과 음식의 중간 선이다.


 

막걸리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의 전통 술은 음식으로 분류되었다.

“주안상을 본다”라고 할 때의 한자가 ‘주안상(酒安床)’이라는 주장도 있다.

‘술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해주는 상’이라는 것이다.

술을 편안하게 마시려면 음식, 즉 안주가 반드시 곁들여져 있다는 의미이다.

‘술 이야기’를 쓴 김학민(58)씨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반주 풍습은

밥을 먹기 전이나 후에 놋쇠 밥그릇 뚜껑에 술을 따라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이때 놋쇠 밥그릇 뚜껑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기 마련이다.

차가운 술이 아니라 약간 미지근하게 데워진 술을 반주로 먹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술의 냉기를 제거한다는 표현을 ‘거냉(去冷)’이라고 한다.


 

한국은 술을 음식으로 먹어오다가 일제(日帝)가 들어오면서 이 전통이 무너졌다.

기호품으로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제 때 희석식 소주가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고을마다, 집안마다 전해지던 고유의 민속주들이 밀주(密酒)라고 해서

법으로 금지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원래 사대부 집안에서는 각기 고유의 술이 있었다.

사대부 집안의 양대 임무가 접빈객(接賓客·손님을 대접함)과 봉제사(奉祭祀·제사를 모심)였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필수음식이 술이었다.

이러한 조선시대의 술 전통이 일제에 의하여 단절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 왔다면

한국은 민속주의 왕국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맥이 이어져 오는 가양주(家釀酒)는 전국에 약 200여 종이 있고,

이 중에서 상표를 붙이고 시판되는 민속주는 3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민속주를 되살렸으면 좋겠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