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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하기 좋은 와인?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8. 11. 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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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선생님 줄려고 하는데 어떤 와인을 사드려야 될까요?"
"회사에서 VIP들한테 단체로 와인을 선물해야되는데 도저히 감이 안잡히네요."

요즘 제게 이런 전화가 심심찮게 오는 걸 보면
연말이 오면서 선물로 와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모 잡지에도 이런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약간 업데이트해서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과 남들에게 선물해주는 와인은 좀 다릅니다.

자신의 입맛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할만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와인을 찾는게 효과적이겠죠.

지금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와인은 줄잡아 5,000여종에 이릅니다.
 그만큼 와인을 고르기란 어렵죠.

하지만 상대방의 기호를 잘 파악하고 다음 몇 가지만 염두해 두면
큰 돈 안들이고 상대방에게 감동을 안길 수 있을 겁니다.


와인을 선물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예산'입이다.
와인은 만원짜리 칠레 와인부터 100만원이 넘는 프랑스와인까지 다양하죠.

재계에서 알아주는 와인 마니아 병룡 파라다이스그룹 전무의 말입니다. 
“5만원 이하의 와인에선 칠레나 아르헨티나, 이태리의 시칠리아 와인,
 5만~10만원에선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의 고급 와인,
10만원을 넘어서면 프랑스 와인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충고합니다.

물론 저 역시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10만원 넘는 와인 중에 이태리나 칠레 와인도 괜찮습니다.
티냐넬로와 같은 이태리 슈퍼 투스칸 와인,
알마비바와 같이 프랑스 와인같은 칠레 고급와인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둘다 10만원 초반입니다.


예산이 정해졌다면 상대방의 기호에 맞는 와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당뇨 걱정하는 거래처 이사에게 당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선물하거나,
와인맛을 모르는 장모에게 떫은 맛이 ‘일품’인 프랑스 특급 와인을 선물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에피소드를 가진 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40~60대 남성이라면 일단 몸에 좋은 레드 와인이 괜찮습니다.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억제해 심장에 좋죠.
심장병 뿐만 아니라 고지혈증, 고혈압 등에도 탁월하다는 것이 실험에서 증명됐죠.

1년에 하루도 빼지 않고 와인을 마신다는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은 예전에 뵜을때
“최근 혈액검사를 했는데 담당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로 혈액이 깨끗했다”며
“매일 마시는 와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산 콜롬비아 크레스트 와인은
KBS에서 방송된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임상실험에 사용돼 화제가 됐죠.
방송을 타자마자 강남 아주머니들이 백화점으로 달려가
이 와인을 달라고 해서 한 때 매진될 정도였죠.
가격은 2만원대지만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과일향을 좋습니다. 

상대방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이라면 화이트 와인이 좋습니다.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모스카토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달콤한 와인이 인기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이트 와인도 모스카토로 만들어진 <빌라M>입니다. 화이트 와인치곤 비교적 비싸지만 여성분들에게 정말 인기가 좋습니다. 
국내 연예인 중에선 술을 잘 못하는 영화배우 한석규 씨가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빌라M 외에도 모스카토로 만들어진 와인에는
‘모스카토 다스티’, ‘모스카토 달바’ 등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와인들은 작업주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연말에 여성에 작업을 걸려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상대방이 와인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라면 1만원대의 옐로우 테일도 괜찮습니다.
옐로우 테일은 미국 와인 시장을 평정한 호주산 와인이죠.
지난해 국내 출판업계를 달군 ‘블루오션’에도 소개됐습니다.

편의점에 가면 있는 와인인데 복잡한 와인 라벨을 던져버리고
캥거루 이미지와 포도품종만 담은 깜찍한 라벨 디자인이 인상적이죠. 


상대방의 취미를 파악해 와인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가 <1865>입니다.

1865는 이를 만든 칠레 산페드로사의 설립연도인데
골퍼들에겐 색다르게 해석되더군요.

그들에겐 '1865'는 18홀을 65타에 치는 날까지 마시는 와인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3만원대지만 골프 애호가에게 1865를 건네면서
18홀 65타를 기원하는 카드를 첨부하는 ‘센스’라면 그 몇 배의 효과를 거두겠죠.


칠레와 FTA 체결 이후 1865와 같은 칠레산 와인이 폭발적인 인기입니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고 다소 매운 듯한 감칠맛이 한국음식과도 잘 어울리죠.

1865 외에도 몬테스 알파, 카르멘 리저브, 에스쿠도 로호, 칼리나 리저브 등...
칠레 와인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받으시는 분이 영화나 문학을 좋아한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와인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올 초 화제가 된 영화 <다빈치 코드>엔 <닛포짜노 리제르바>라는 와인이 등장하죠.
이태리 프레스코 발디의 와인으로 가격은 4만원대지만 그 맛과 향이 일품입니다.

최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니까 주인공 남자친구가
이태리 끼안티 루피노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듀깔레 리제르바>를 자주 마시더군요.
이 와인도 괜찮습니다.

정말 비싼 와인을 줘야겠다 싶으시면
헤밍웨이가 너무 좋아해서 손녀이름도 이 와인 이름으로 지어준 와인,
샤토 마고가 괜찮습니다. (헤밍웨이 손녀는 마고 헤밍웨이입니다.)

일본 영화 실락원에서 주인공 남녀가 이 와인에 독약을 타 마시고 자살하죠.
가격은 괜찮은 생산년도가 3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5만원 이상의 와인을 선물할 때는
상대방의 와인 기호나 사회적인 위치에 맞춰 와인을 고르는 것이 현명합니다.


와인 마니아들에겐 최근 국내 와인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만화책에선 싸다고 소개되는데
그건 국내보다 와인 가격이 착한 일본 사정입니다.

절반 이상이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와인이죠.
하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와인들마다 국내에서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 중에서 만화책 1권에서 주인공이
20만원이 넘는 캘리포니아의 명품 와인 <오퍼스원>보다 높게 쳐준
5만원대 <샤토 몽페라> 정도를 선물한다면 충분히 감격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CEO나 임원이라면
칠레 와인 몬테스의 최고급 라인인 <몬테스 알파M>이 좋습니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전 회장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
2006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만찬에선 공식 와인으로 지정됐죠.


상대방이 정치와 역사를 좋아한다면 역사 속 명사들이 즐긴 와인은 어떨까요.
윈스턴 처칠이 매일 마셨다는 <폴 로저> 샴페인이나
19세기 중반 러시아 황제 전용으로 만들어진 <크리스탈> 샴페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내놓은 <샤토 그뤼오 라로즈>,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즐긴 미국 와인 <클로 드 발> 등도 괜찮습니다.
그뤼오 라로즈는 향이 독특한데 따고 나서 바로 드시지 마시고
좀 시간을 둬서 두시면 특유의 가죽향이 피어오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즐겨 마셨다는 <샤토 탈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와인으로 명성이 높죠.

외우기 쉽고 맛도 좋습니다.
사실 국내에선 이름이 다섯글자가 넘어가는 와인은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베스트 셀러 와인들은 대부분 세자 이내로 이름이 짧습니다.

10만원이 넘는 고급 와인을 선물할 때는
와인의 생산년도를 의미하는 빈티지가 중요합니다.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품질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물론 오래된 와인이라고 무조건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프랑스산에서는 61년산, 82년산, 2000년산을 최고로 치지만
가격은 평년에 비해 몇 배나 비싸죠.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은 97년과 2001년이 좋습니다.

얼마 전 보르도에서 2005년산을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훌륭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무통 로쉴드 사장도 "2005년은 61년과 비슷한 기후였다"며
"3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최고의 해"라고 극찬하더군요.

이런 찬사들이 이어지면서 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2005년산 보르도 와인 사재기 열풍이 부는 바람에 가격이 치솟아
저로선 언제 다시 마실 수 있을 지 암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처럼 좋은 해에 생산된 와인을 선물하기 힘들다면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는 해에 생산된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 최고의 배려입니다.

예컨대 상대방의 생년, 학번, 결혼기념일, 자녀의 생년 등에
맞춰 와인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선 딸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박스로 구입해서 지하실에 묻어두고
나중에 딸이 시집 갈 때 하객들에게 내놓는 게 최고의 결혼선물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실정에선 사실 힘들겠지만 자녀가 태어난 해의 와인을 서너병 구입해서
나중에 아이가 성년이 될 때 함께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최근 와인나라에서 선보인 별자리 와인(3만9,000원)이 좋습니다.
태어난 별자리로 본 사람의 개성과 포도 품종이 가진 개성을 조합해 만든
12개의 시리즈 와인으로 상대방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겁니다.


수십만원이 넘는 프랑스 보르도산 특급 와인들을
10만원 안팎에 구입해 선물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생산하는 세컨드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죠.

비슷한 지역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같은 양조자가 만들기 때문에
특급 와인 못지 않는 품질과 자부심을 저렴한 가격에 선사할 수 있습니다.

보르도 1등급 와인인 샤토 마고는 최근 빈티지도 30만원이 넘지만
그의 세컨드 와인 파비용 루즈는 8만원대입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샤토 마고 여주인도 피비용 루즈를 자랑스러워 하더군요. 

세컨드 와인은 보르도 1등급 라피트 로쉴드의 세컨드 와인인 <카뤼아드 드 라피트>나
2등급 와인 샤토 코데스투르넬의 세컨드 <레 파고드 드 코스> 등이 인기가 좋습니다.
가격은 모두 10만원대입니다.

10만원이 넘는 비싼 와인을 선물할 때는
와인 전문가의 도움을 얻거나 와인샵에서 소믈리에를 통해 조언을 들어야됩니다.
와인마다 좋은 생산년도(빈티지)가 다르고 보관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 손용석의 와인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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