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의 술
'미제 사건'이라는 말이 있다.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미제'라는 단어는 한문으로 미제(未濟)인데, 이는 주역(周易)에서 유래하였다.
주역 64괘의 맨 마지막 괘가 바로 '화수미제(火水未濟)' 괘이다.
미제(未濟)는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미완의 상태를 의미하는 괘이다.
주역에서 마지막 괘인 64번째 괘를 미완의 상태로 규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여지를 두기 위해서이다.
여지를 남겨 두어야만 다음 패러다임으로 넘어갔을 때 운신의 폭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화수미제' 괘는 일 년 열두 달에 비유하면 12월 하순쯤에 해당한다.
그해의 끝에서 신년을 준비하는 시점인 것이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이때는 반드시 술을 한잔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역에서 술을 한잔 해야 한다고 나오는 대목은 바로 이 '화수미제' 괘이다.
괘의 끝자락인 상구(上九)에 보면
'유부우음주(有孚于飮酒)면 무구(無咎)어니와 유기수(濡其首)면 실시(失是)하니라'는 대목이 나온다.
'술을 마시는데 미더움을 두면 허물이 없거니와, 머리끝에 올라오도록 과하게 술을 마시면 정도를 잃는다'는 의미이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끝나고 다음 패러다임으로 넘어갈 때에는 술을 마실 필요가 있고,
단지 과하게 마시지만 않으면 된다고 보았다.
왜 전환기에 술을 마셔야 하는가?
남은 미련과 앙금을 털고, 서로 화해를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앙금을 털어야 화해가 된다.
앙금을 털지 않고, 화해가 되지 않으면 다음 패러다임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주역의 대가였던 야산(也山)은 술을 마실 기회가 있으면, 이 화수미제 대목을 이야기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술 '주(酒)'자도 독특하게 해석하였다.
삼 수(�)는 동양의 유·불·선 삼교(三敎)를 상징하고, 유(酉)는 서방에서 온 기독교로 보았다.
그러니까 술(酒)은 동양의 삼교와 서양의 기독교가 서로 용해된 상태를 가리킨다.
한민족이 잉어가 변해서 용이 되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전환기에 닥쳐서는,
이 술을 한잔 먹고 서로 화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자년이 저물어가는 연말에 지인들과 술을 한잔 하면서,
야산 선생이 풀이한 '화수미제'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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