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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7. 9. 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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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병 화 -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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