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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없는 꽃이 어디 있으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7. 7. 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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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없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정 성 수 -

그 때, 우리는
사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잠시 쓸쓸한 등을 서로 기댔을 뿐
서로 다른 하늘에서 
제각기 빛나던 별이었습니다. 

그 별들, 이 땅에 내려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의 봄날을 보면서
사랑보다 먼저
이별이 캄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잊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숨을 거두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당신과의 짧은 만남이
들풀처럼 돋아나도
끝내 눈물조차 보이지 않겠습니다. 

한순간의 만남이
꽃보다 붉은 상처가 될 줄은
그 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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