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부님에게 고민이 있었다.
사람들이 고해성사를 할 때마다
자꾸 듣기 민망한 외도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들을 때면
신부님마저 얼굴이 벌게지고 흥분이 되곤 했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영성이 흔들린다는 것을 느낀 신부님은
결국 성도들한테 이렇게 타일렀다.
앞으로 고해성사를 할 때 외도에 관한 부분은 길게 설명하지 말고
그냥 "넘어졌다"고만 표현해 달라고.
그러면 내가 다 알아듣겠노라고.
그런데 얼마 후 그 신부님이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신부님은 다른 후임 신부에게 모든 것을 인계했는데,
문제는 그 외도 고백 부분을 잊어버리고서 미처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새 신부가 부임해서 고해성사를 받는데
성도들이 자꾸만 넘어졌다고 하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고해성사 거리도 아닌데 자꾸 고백을 해오니
이것은 분명 도로에 큰 문제 있어 고쳐달라는 이야기라고 단정 짓고는,
마침 성당에 나오는 시장님을 찾아갔다.
"시장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도로 정비 좀 하셔야겠습니다."
"도로 정비라뇨?"
"우리 교인들이 자꾸만 밤길에 넘어집니다."
시장은 "넘어졌다"는 말의 속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은근히 화가 난 신부님은 말했다.
"시장님, 속히 조치를 좀 취해주시지요."
그러자 시장은 더 킥킥대고 웃는 것이었다.
신부님은 결국 화를 못 참고
냅다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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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웃을 일이 아닙니다.
어젯밤 시장님 사모님도 두번이나 넘어진 것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