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15년 을미년은 양의 해, 우리 문화 속 양은 어떤 동물일까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15. 2. 23. 18:23

본문

2015년 을미년은 양의 해, 우리 문화 속 양은 어떤 동물일까



	무덤이나 사찰에 세운 양 모양의 돌 조각상.



'속죄양' 등 희생의 상징… 예수 자신, 牧者에 비유

속담·한자·성서 속 '양'


2015년은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다.

우리 문화에서 양은 주로 상서로운 동물로 등장한다. 꿈에 양이 나타나면 길몽이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전통사회에서도 양띠 해에는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았다고 한다. 온순하고 순박한 양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다. 우리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는 말이 있다. 양띠 사람은 양처럼 너무 정직하고 정의로워서 부정을 못 보고, 너무 맑아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자에서도 양(羊) 자는 맛있음[味],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착함[善], 의로움[義] 등 좋은 의미의 글자에 반영됐다. 우리 조상은 착하고 의롭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양을 인식했다.

두 마리 양이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고려 공민왕의 '이양도(二羊圖)'에선 여유와 평화가 느껴진다. 조선시대 그림 중에는 어질고 착한 소년 황초평이 금화산에서 양을 치며 도를 얻었다는 고사를 소재로 남긴 '금화편양도(金華鞭羊圖)'가 눈에 띈다. 신선이 된 황초평은 기독교 성화에 나타난, 양 치는 선한 목자 예수의 이미지와 흡사하다.

양은 성질이 온순하고 무리를 지어 산다. 참을성 많고 다른 동물을 해치지도 않는다. 양 하면 곧 평화를 연상하듯 성격이 온화해 좀체 싸우는 일이 없으나 일단 성이 나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기도 하다.

성서에서도 양에 대한 언급이 500회 이상 등장하고 예수도 자신을 목자(牧者)에 비유했을 정도로 양은 서구에서도 친근한 동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은 희생의 표상이다. 인간의 죄를 사해달라고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자주 쓰였다. 속죄양(贖罪羊) 또는 희생양(犧牲羊)이 바로 그것이다. 양은 효(孝)의 상징이기도 하다. 늙어서 기력을 잃은 부모 양에게 자식 양이 젖을 물려 봉양할 정도로 효심이 깊다고 한다.

양은 유목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지만 농경민족인 우리네 일상생활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양띠를 생김새가 비슷한 염소띠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석암리 낙랑고분에서 출토된 양 모양의 패옥(佩玉)과 청동제 꽂이장식, 법천리 백제 무덤에서 발굴된 양 모양 청자 등 출토 유물 중에는 양의 형상이 적지 않다. 모두 벽사(辟邪)와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쓰인 것이다.


허윤희 기자 | 문화
도움말=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조선일보 | 입력 : 2015.01.01 03:0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