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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달 새날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15. 1. 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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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달 새날




한국인의 생일은 왜 여러 개일까? 음력 생일 외에 그 음력을 환산한 양력 출생일이 있다. 그리고 출생 신고에 따른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도 있다. 지인(知人)의 생일을 축하하려면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생일만 그런 게 아니다. 설날도 그렇다. 지금은 음력과 양력 둘뿐이지만 예전엔 달랐다. 동짓달과 그다음 달, 그 다다음 달 세 번이었다. 그 배경에는 태음태양력 곧 음력이 있다. 음력은 1895년 을미년까지 사용하던 ‘국정’ 역법(國定曆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종 32년 음력 11월 16일까지다. 이후로는 양력이 우리의 시간표다.

그런데 여기에 주목할 사실(史實)이 하나 있다. 새해 첫날이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뀌면서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음력 11월 17일이 조선조 개국 505년 양력 1월 1일이 되면서 길게 잡아 44일을 건너뛴 것이다.

당연히 왕조실록도 그해 동짓달 열이레부터 섣달그믐까지의 날짜는 없다. 고종 황제의 조령(詔令)으로 새해 첫날이 바뀐 것은 사주팔자도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매사 팔자타령을 할 일은 못 된다. ‘팔자 고치는’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새해 새 아침은 그런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시간이다.

120년 전, 이 땅에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던 때처럼 일대 개혁이 필요한 때다. 개혁은 낡은 것들과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다. 2004년 85세에 타계한 구상 시인의 시 ‘새해’는 새로워지라고 당부한다.

‘…어디 헌 날, 낡은 시간이 있다드냐?// 네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아침을 새아침으로 맞을 수가 없고/ 결코 새날을 새날로 맞을 수가 없고…’. 언론인이기도 했던 시인은 ‘너의 마음 안의 천진(天眞)을 꽃피워야/ 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는 조언으로 시를 마무리했다.

천진함을 꽃 피우고, 새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묵은 것은 물론 해묵은 것들도 털어내야 한다. ‘해묵다’라는 말은, 어떤 일이나 감정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해를 넘기거나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이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슬픔이나 아픔 그리고 거짓과 특권은 버려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온갖 비정상들을 정리하고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새해 새달 새날, 모두들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 마음가짐도 행동거지(行動擧止)도 다 새로워야 한다.


황성규 /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5년 01월 01일(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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