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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달력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4. 6. 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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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 목필균>, <2월 - 오세영> (이게 싫으면 2월 - 목필균 도 좋을듯!) <3월 - 오세영>, <사월 - 조성심>, <5월 - 김태인>, <6월에는 - 나명욱>, <청포도 - 이육사> (이게 싫으면 7월의 시 -이해인), <8월의 시 - 오세영>, <9월 - 이외수>, <시월 - 목필균>,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 <12월의 시 - 김사랑>

--------------------------밑에는 시!

<1월>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

<2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3월>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

<사월>

사월

사월

사월을 입 속에서 되뇌이다보면

파아란 잎사귀가 돋아난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사월에 어찌 자리를 묵힐 수 있으랴.

그냥 길을 보라.

발을 내디딜 때마다

눈 속에 들어오는 건

어제와 또다른 숨막히는

사월의 드라마

그냥 빈 마음만 준비해도

사월 내내 누구나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

<5월>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있네요

저,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난 개구쟁이처럼

강물에서 미끄럼 타고있네요

저, 능청스런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기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저, 사랑스런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지르네요

---

<6월에는>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8월의 시>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 하는 달이다

---


<9월>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두겠네

---

<시월>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넒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

<12월의 시>


마지막 잎새같은 달력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네


일년동안 쌓인 고통은
빛으로 지워버리고


모두 다 끝이라 할 때
후회하고 포기하기보다는
희망이란 단어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네


그대 사랑했으면 좋겠네
그대 행복했으면 좋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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