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매일 1잔씩'과 '하루 7잔 몽땅'의 차이
살 빼고 싶으면 술부터 줄여라
술을 마시면 살이 찔까? 주변 술꾼들 몸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술은 비만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어떤 술을, 얼마나·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술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성인은 자기 체중의 약 10%는 음주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알코올
1그램당 약 7 칼로리의 열량을 내는데, 이는 대표적 에너지원인 지방의 9 칼로리에 버금간다.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은 남자 2,600 칼로리,
여자 2,000 칼로리 근처인데, 술 종류에 따른 저마다의 술잔에는 대략 50~60 칼로리가 들어 있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육체적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이 술을 마셔야 힘이 난다고 하는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술이 비만의 원인인
데에는 술을 마시면서 함께 먹는 음식 탓도 크다. 안주는 정규 식사 외에 추가 음식이기 때문이다. 평소 음식 열량에 신경을 쓰는 사람도 술과
함께 먹는 안주에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애주가에게 안주는 음식이라기보다 주전부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
- 어떤 술이든 과음하면 몸에 좋지 않다. 특히 폭탄주는 알콜 도수가 우리 몸에 가장 흡수가 잘 되는 수준으로 맞춰지기 때문에 빨리 취하게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음주로 인해 살찌는 게 걱정되지만 술을 끊을 수 없다면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술을
끊지 않으면서 음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잘만하면 덕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양의 술을 일주일 동안 매일 한잔씩 마시는 사람과,
하루에 7잔을 마시는 사람은 체중에 차이가 있다. 하루에 한잔씩 술을 마시는 사람은 더 건강하고 날씬하고 수명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루에 7잔을 모두 마시는 ‘과음형’은 비만·중독·단명 등의 단어가 따라 다닌다. 과음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남성의 경우 하루 5잔 이상,
여성은 3~4잔 이상이다.
술은 성차별도 한다. 음주 여성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인데, 알코올중독 가족력이 있는 집안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비만 확률이 50% 가까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알코올 중독은 일종의 ‘충동조절장애’인데, 과음을
자주하면 짜고, 달고, 기름진 식품을 충동적 혹은 감정적으로 자주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술이 인간의 감정을 변화시켜 식욕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집안에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알코올 중독자가 있으면 유전이든 보고 배웠든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남성에 비해 민감한 여성 가족이 더 큰 영향을 받아 비만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또한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그
영향은 여성이 더 크게 받는다. 여성은 알코올이 체내로 들어왔을 때 알코올을 희석할 수 있는 체액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더 빨리 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 과음을 하는 애주가들은 자신 체중의 10% 정도는 술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체격과
체중으로 어림잡았을 때 여성이 1잔을 마시는 것은 남성이 2잔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영향을 끼친다. 맥주는 종종 똥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유럽의 연구에서 맥주를 마시는 남성의 허리둘레는 늘어나지만 여성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남성이 맥주를 더 좋아해서 자주 많이 마시고, 맥주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이 허리둘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술은 간에게는 영원한 적이다. 술을 마시면 비만 위험이 높아지고, 비만은 음주와 함께 간경화증을 견인하는 쌍두마차이다. 비만이면서
애주가인 사람은 설상가상이다. 한 연구(Million Women Study)에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여성은 정상 체중의 여성에 비해 간경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혹은 비만 어느 한쪽 위험요인을 가진 경우보다 음주와 비만 두 가지 모두들 가진 경우 간경화 비율이
높았다.
앉아서 즐기는 여가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통상 음주기회가 더 많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기뻐서 술을 마시고, 지면 속이타서 술을 마신다. 직접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보는 것만 즐기는 사람은 술을 마실 기회가 늘고 이로 인해 살이 찔 가능성도 높아진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술 외에 안주로
스낵류를 곁들인다면 영락없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가 된다. 카우치 포테이토란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을 가리킨다. 배나온 비만인의 별칭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도 비만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잘 먹어서
비만이 되었다기보다는, 운동량이 턱없이 적거나 잘못된 식습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술 권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도 비만에 기여했을 것이다.
파라셀수스(Paracelsus)는 “모든 물질은 독이다. 독이 없는 것은 없다. 올바른 양이 독과 약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마치 술을 두고 한
말 같다.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하루에 한두 잔만 마시고 그칠 수 있다면 심장병을 예방하고 삶에 활기를 줄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면 독으로
돌변한다.
날씬해지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술부터 줄이세요. 그 어떤 식이요법보다 우선해야 할 처방이다. 눈 딱 감고 두 달만 술을
끊어보면 자신의 몸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목격할 수 있다.